징벌과 지원 사이: 중대 재해기업 대출 제한, 금융의 균형점은 어디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07 07:30  수정 2025.08.07 07:30

금융이 기업 제재 수단이 될 때 산업 경쟁력 저하, 사회안전망 약화란 부작용 초래

안전설비에 투자 여력 없는 영세기업과 충분한 재정에도 관리 소홀한 기업은 구분

근본 해법은 사고 후 징벌이 아닌, 예방성과 맞춤형 금융지원에 주력하는 것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대 재해기업 대출 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AI이미지 삽화.

최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중대 재해기업 대출 제한 정책이 산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산업 안전과 근로자 보호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지만, 금융이 현실적으로 ‘징벌의 수단’으로만 작동할 위험성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의 본질은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지원자’의 역할이다.


기업의 자금 숨통이 막히면 산업 생태계의 활력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안전망도 약해진다.


이런 구조에서 금융이 가혹한 제재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산업 발전의 선순환 고리가 끊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더욱이, 중대 재해기업이라 하더라도 사정과 배경은 천차만별이다.


안전설비에 투자할 최소 여력조차 없는 영세기업과 충분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관리 소홀·부주의로 사고를 반복하는 대기업은 명확히 다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금융을 제재 도구로만 삼는다면, 취약 기업은 더 빈곤해지고 안전 투자 여력이 점점 떨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한다.


이는 모든 기업을 획일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지원이 절실한 기업에 대해선 오히려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이다.


사고 이후의 제재보다는 예방 중심의 특화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예방 중심의 ESG 평가 강화가 진정한 근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정책금융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안전설비 투자, 현장 개선, 예방 교육 등 장기 전략에 무게를 둘 수 있는 동력이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단지 규제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전반에 예방의식을 내재화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ESG 평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기존에 실행된 대출을 즉각 회수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심지어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정책금융만으로 완전히 규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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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사모(Private Placement)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모으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시장성 조달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유지된다면, 은행 대출이 막혀도 회사채, 전환사채, 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아니라면 시장 참가자(투자자)의 개별 평가와 투자 판단을 거치므로, 재해 이력이 일부 영향 요인으로 반영되긴 하지만 자금 조달을 제한하는 장벽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사후 제재에만 의존할 경우, 기업들이 음성적 자금 조달이나 또 다른 우회책을 모색하여 본질적 산업 안전 개선에는 오히려 소홀할 수 있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명확하다. 산업 안전을 위한 금융 제재는 반드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한다.


실질적 안전 투자 여력이 없는 영세·중견 기업에는 과감한 금융지원과 컨설팅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반복적 위반과 고의적 소홀에는 엄정한 금융 제재가 병행되어야 한다.


영세 및 중견 기업은 자체 자금력이나 안전설비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실제로 위험한 기계·설비 교체나 작업장 개선에 투자하기가 어렵다.


이런 기업에는 금리 우대 대출, 보조금, 특별 융자 등 과감한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자금 지원뿐 아니라, 시설 개선 컨설팅, 경영진 안전교육, 기술 교류 등 비금융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공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고의적 안전 소홀 기업에는 대출 및 금융지원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며, 엄격한 금융 불이익(예: 대출 중단, 금리 인상)이 병행될 필요는 있다.


실제로 사고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개선 노력이 없고 고의적 관리 소홀이 확인된다면 정책금융 및 민간은행에서 신용등급 인하 등으로 징벌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ESG 평가제도에서도 안전 투자와 관리 체계 비중을 크게 높여, 안전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금융·투자 등급이 올라가도록 해야 산업 전체의 안전 문화가 정착된다.


실제로 ESG 등급 하락은 투자 유치, 금융 조달 비용, 기업 평판 등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고 이후 징벌이 아닌, 예방 중심의 금융 인센티브, 맞춤형 특화금융, ESG 평가 강화 등으로 정책 틀을 전환할 때, 산업 생태계와 사회적 안전망이 동반 강화될 수 있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산업 안전의 균형점, 그 해답은 징벌과 지원의 조화에 있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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