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소설과 웹툰을 각각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영화가 극명하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7월 25일부터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하면서, 이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은 일정 부분 관객 유입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좀비딸'은 이 흐름에 힘입어 빠르게 1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입소문이 약했던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는 초반 흥행에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좀비딸'은 첫날 43만 명의 관객을 모은 데 첫 주말(8월 1~3일)에는 총 116만 명을 끌어모아 누적 관객수 186만 명을 기록, 손익분기점 220만 돌파도 머지않은 분위기다.
반면 일주일 앞서 개봉한 '전독시'는 상황이 다르다. 개봉 초기 1위로 출발했지만 이내 관객 수가 3만 명대로 급감하며 박스오피스 5위까지 밀려났다. 누적 관객은 97만 명 수준으로, 제작비 300억 원에 달하는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약 600만 관객)을 넘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팬덤이 탄탄한 '전독시'는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의 일부 설정을 과감히 바꾸면서 원작 팬들의 비판에 직면했고, 이는 초반 관람층 이탈로 이어졌다.
영화화 단계부터 캐스팅과 각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던 만큼,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고,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국영화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으며 대작 제작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독시'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실패는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안효섭 등 젊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대교체를 노린 전략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작 각색의 난이도와 CG 기반 서사의 진입장벽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반면 '좀비딸'은 원작 특유의 감성과 정서를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호평이 뒤따른다. 배우 조정석의 친근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가족 간 감정선을 중심으로 풀어낸 유연한 연출은 일반 관객의 접근성과 몰입도를 높였다.
주연 배우 조정석의 호감도도 컸다. 관객에게 친숙한 이미지와 특유의 유쾌한 연기톤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했다. '엑시트'(2019)로 942만 관객을 모으며 여름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지난해 '파일럿'으로 또 한 번 470만 흥행을 이끌었다. 당시 조정석은 백상예술대상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까지 입증했다.
'좀비딸'에서도 그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유머 감각을 통해 세상의 마지막 좀비인 딸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설득력 있게 그렸다.
'좀비딸'과 '전독시'가 나란히 성공했다면 한국영화계에 더없이 힘이 됐겠지만, 제작비 규모나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전독시'의 고전은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적 시도와 과감한 각색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단순한 한 작품의 실패를 넘어, 장기 침체 속에 모처럼 등장한 대작이 외면받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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