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트, 교복 그리고 '은우'의 첫사랑 [D:쇼트 시네마(12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8.03 15:34  수정 2025.08.03 15:34

심해인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고등학생 은우(오우리 분)는 화장이나 치마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날, 운동장에서 우연히 틴트를 줍게 되고, 다음 날 틴트 주인인 태은(방예은 분)이 찾으러 오면서 서로 얼굴을 튼다.


며칠 뒤 복도에서 다시 마주친 태은은 우리에게 체육복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은우도 체육복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태은은 은우가 입고 있던 생활복과 자신의 교복을 바꿔입자고 제안한다.


그날 하교 전 다시 교복과 생활복을 바꿔입기 위해 은우는 태은의 반을 찾는다. 태은은 청소 당번인 자신을 도와주고 기다려 준 은우에게 갑자기 화장을 하자고 제안한다.


눈썹을 올리고 틴트를 바르고 가까운 거리에서 태은을 마주하는 일 모두 은우에겐 낯선 경험 뿐이다.


태은을 만나고 잘 입지 않던 교복 치마를 입고 등교하고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등 은우의 일상에 태은이 조금씩 스며든다. 무심한 표정으로 학교 생활을 하던 은우가 누군가를 향해 밝게 웃기도 한다. 은우의 오늘은 어제와 조금씩 달라졌다.


이 작품은 로맨틱한 서사 없이도 퀴어물로 읽힌다. 화장이나 치마와는 거리가 멀었던 은우가 태은을 계기로 처음 화장품을 손에 쥐고, 교복 치마를 입는 등 소녀가 바라보는 일상의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누군가로 인해 처음 겪게 되는 낯선 감정들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경험이 정체성에 눈 뜨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첫사랑을 마주한 은우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면서도, 설레고 간질거리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겪어나간다. 뜨거운 햇살과 교복 자락이 스치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은우의 첫사랑이 시작됐다. 러닝타임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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