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상임위 통과, 이르면 내달 초 본회의 처리 예상
벼 감축 저조·시장격리 발생 시 추가 재정 부담 관건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두 개정안 본회의 통과 시 재정 부담이 기존 2조 원대에서 수천억 원대로 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벼 재배면적 감축 저조 등 변수에 따라 실제 소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과거 거부권 당시 양곡법은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정부가 자동으로 시장격리에 나서도록 의무화해 재정 부담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고, 양곡 매입 내용을 농안법에 포함했다. 벼 재배 면적을 사전에 조절하기 위한 전략작물직불제 도입으로 방향을 바꿨다. 논콩 등 대체 작물 재배를 유도해 쌀 공급 과잉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농안법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크다. 과거 법안은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안정 지원금을 산정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준을 생산비 수준으로 낮췄다.
또 새롭게 수급관리 예산을 법에 명시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 품목도 채소, 과일 등에 한정됐다면 이번 개정안에서는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양곡 및 채소 등으로 확대됐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29일 상임위를 통과했으며, 이르면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법안 내용이 일부 바뀌면서, 재정 소요 규모도 달라졌다.
양곡법의 경우 과거 가격 하락 시 의무매입을 할 경우 연간 1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시장격리 비용 없이 전략작물직불제 예산 2000억 원가량만 추가로 투입하면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농안법도 마찬가지다. 과거 법안은 5대 채소 가격안정 예산이 연간 1조 1900억 원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개정안은 5대 채소 기준 생산비를 적용했을 때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485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새로 포함된 수급관리 예산은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산출이 어렵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추산대로 실제 재정 부담이 수천억 원대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정부 추산에는 쌀 과잉 생산 시 발생할 수 있는 시장격리 비용과 전략작물직불제 신청률 저조 등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 8만ha 가운데 전략작물직불제 신청 규모는 4만ha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전략작물직불제 특정 품목 쏠림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전략작물직불제 신청 면적 약 4만ha 중 약 3만ha가 논콩이다. 더욱이 콩은 생산량 대비 수요처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추경을 통해 논콩 비축 예산 2000억 원을 투입했다. 타 작물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수요처 부족 등으로 이중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농안법과 관련해 재정 부담과 특정 품목 쏠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왔다”며 “이번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작물직불제 문제는 농업인 신청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예산 소요 추정치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며,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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