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반기 더 힘들지만… "美 '점유율+수익' 다 잡을 것" (종합)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7.24 16:15  수정 2025.07.24 19:03

현대차 2분기 매출액 7.3% 증가, 영업이익 15.8% 감소

하이브리드·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판매량 및 비중 '최대'

관세영향 2분기 내내 받은 것 아냐… 3·4분기 타격 본격화

가격 전략 및 생산효율화 지속… 부품 소싱 및 현지생산 확대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데일리안 DB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에 따른 현대자동차의 실적 타격이 가시화됐다. 2분기의 경우 자동차 관세 시행 전 쌓아둔 재고 등으로 타격을 최소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 수익 하락을 막지 못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관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과 손익을 모두 방어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관세 협상에 실패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지속하고, 현지 공급망 및 생산을 최대한 빨리 조정해 근본적인 체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4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실시하고, 2분기 ▲도매 판매 106만 5836대 ▲매출액 48조2867억원 ▲영업이익 3조 6016억원 ▲경상이익 4조3853억원 ▲당기순이익 3조25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0.8% 증가, 매출은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8% 급감한 수치다.


시장 전망치와 비교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46조5177억원, 영업이익은 17.4% 감소한 3조53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매출은 2조원 가량 더 벌었고, 영업이익은 약 700억원 적게 하락한 것이다.


미국의 관세 타격에도 불구하고 시장 우려보다 선방한 바탕에는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이 꼽힌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올 2분기 역대 최대인 약 17만대를 판매했으며, 글로벌 판매 비중 역시 15.8%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제네시스 브랜드 합계 판매 비중은 사상 최초로 20%를 돌파해 21.3%를 달성했다.


우호적 환율 효과도 더해졌다. 현대차가 올 2분기 우호적 환율로만 거둬들인 수익은 6321억원에 달한다. 관세로 인해 입은 손실은 총 8282억원으로, 고수익 차종과 환율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었던 타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 판매량 증대로 외형적 성장이 가능했지만,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경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인센티브 및 판매 비용 증가 등의 원인으로 손익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의장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는 차량이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문제는 3분기 부터다. 2분기에는 관세로 인한 타격은 있었지만, 관세 정책 시행 전 미국 내 쌓아뒀던 물량 덕에 2분기 내내 영향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고가 모두 소진된 3분기 부터 현대차의 실적 타격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당시 기준 약 3개월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분기 기준 8282억원의 관세 영향이 있었고, 풀쿼터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그래서 2분기 대비해 3분기, 4분기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 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현대차는 손익과 미국 시장 점유율을 모두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기적으로는 생산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부품 공급과 생산 능력을 확대해 근본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저희는 마켓쉐어(시장 점유율)를 방어하는 선에서 손익을 최대한 유지하는, 어렵겠지만 두 가지를 다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대응 방안으로는 경쟁사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인센티브와 가격전략을 실시하고, 재료비, 가공비 절감은 물론 부품 변경을 추진해 생산 효율화를 통한 근본적 대응을 지속하겠다. 또 핵심사업에 지장없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중장기 전략으로는 R&D, 생산, 품질 등 다각적 부분에서 전략적인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시나리오 별로 완성차 현지생산 확대를 면밀히 검토해 탄력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며 "단기대응과 중장기 전략 통해 관세 대응은 물론 당사의 근본적인 펀더멘탈 개선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장 3분기부터 수익 개선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묘수는 뚜렷하지 않지만, 재료비 절감 등으로 인한 생산효율화 효과는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그는 "3분기부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공비, 생산효율성 향상을 통한 부분으로 예상된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가동한 지 20년이 됐는데, 이 곳에서의 생산효율성을 메타플랜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로 인한 효과는 3분기부터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품소싱 변경은 단기간 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3분기부터 당장 (효과가) 나오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부품소싱 다변화를 위해 TFT를 가동 중에 있다"며 "200여개의 부품에 대해 업체들의 견적을 받았고, 단계별로 진행이 돼야한다. 업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그 업체가 우리가 최우선으로 삼는 품질과 고객 안전에 부합하는 지가 만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품질, 생산, 제조, 구매 부분에 다각도로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은 다소 걸릴 듯 하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방어에 대한 의지가 높은 만큼, 미국 시장 내에서의 가격 조정도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이 대미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토요타, 혼다 등 경쟁사 대비 현대차가 불리해진 상황이지만, 관세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당장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부사장은 "가격 전략은 '패스트팔로우' 전략이다. 주도적으로 관세율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어떤 면이 가장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서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단정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겠다, 안하겠다고 말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려우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연초에 발표한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잠정 유지하고, 8월 1일에 발표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성을 기반으로 변동 사항을 업데이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호세무뇨스 사장 비롯한 경영진과 그룹 차원에서 손익 만회방안을 적극 추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관세영향을 비롯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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