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문 최말자씨…61년 만에 재심서 檢 '무죄' 구형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5.07.23 13:49  수정 2025.07.23 13:49

61년 전 재판서 징역 10월 집유 2년

檢, '정당방위 인정'…무죄 선고 요청

"과거 검찰 역할 다하지 못해…사죄"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하트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의 재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과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증거조사에 이어 피고인 심문을 생략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본 사건에 대해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써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 사건은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한 방해 행위이고, 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법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 자체로부터는 물론이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며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 검찰과 법원의 잘못으로 오판됐던 것"이라며 "법원이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최후 진술에서 "61년 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이라며 "희망과 꿈이 있다면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법을 만들어 달라고 두손 모아 빌겠다"고 당부했다.


최씨는 만 18세이던 1964년 5월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되게 한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가해자인 노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으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부산고법은 올해 2월 최씨의 중상해 사건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 재심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오는 9월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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