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카드론 전월 대비 소폭 감소
정부의 규제 압박과 부실채권 상각 영향
“규제의 칼날, 금융 취약계층의 숨통까지 조일 수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고금리 단기대출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되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카드론이 사실상 ‘급전창구’ 역할을 해왔던 만큼, 규제의 칼날이 금융 취약계층의 숨통까지 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9개 주요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42조5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말(42조6571억원)보다 약 1423억원 줄어든 것으로, 0.3%가량 감소한 수치다. 지난 2월 사상 최고치인 42조9888억원과 비교하면 약 4740억원 줄었다.
카드론 잔액이 줄어든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달부터 카드론은 기존의 기타대출이 아닌 ‘신용대출’로 분류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차주는 연 소득의 100% 이내에서만 카드론을 받을 수 있게 돼, 대출 한도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또 분기 말을 맞아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하고,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면서 대출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것도 카드론 잔액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카드론 감소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당국의 규제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카드사들 역시 보수적인 심사 방침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환대출,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단기대출 상품 전반에서 잔액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서민층에게는 ‘자금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은 금융권 내에서 신속하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 등 고위험 채널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채 관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지만, 그만큼 제도권 금융의 그늘로 밀려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며 “서민금융이나 긴급 생활자금 지원 등의 안전망을 병행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소득이 낮고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에게는 금융 배제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카드론 제한이 일부 고위험 대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이미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계층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카드론 문턱은 높아졌지만, 정작 급한 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유일한 자금줄이 막히는 셈”이라며 “이들을 위한 대체 상품이나 정책금융이 병행되지 않으면 풍선효과는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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