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K이노, 2분기 적자전환 전망
정제마진 회복 불구 ‘역래깅 효과’로 수익성 악화
유가·환율 동반 하락에 재고손실·환차손도 부담
하반기 美 수출 증가·中 수급 압력 완화 기대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2분기 정제마진 반등에도 부진한 실적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수익성 지표가 개선세를 보였지만 유가 급락과 환율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과 환차손 영향 등 외부 변수에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주요 정유사들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손실은 24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영업이익 1606억원)와 비교하면 적자전환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도 2656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유사한 흐름 속에서 큰 폭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형상 마진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공급 타이트 현상과 성수기 수요 유입에 힘입어 6월 말 기준 배럴당 9.7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연중 저점이던 4.2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반등한 수준이다. 제품별로는 휘발유 마진이 12.3달러, 경유 마진은 18.6달러까지 올라 각각 저점 대비 217.9%, 69.2%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적이 부진한 것은 시차를 두고 원유 가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역래깅 효과’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4~5월 고유가에 도입한 원유로 제품을 생산했지만, 6월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완제품을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과 재고평가손실까지 겹쳤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환율과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약 2174억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수출 수요 확대와 정제마진 회복에 따른 실적 반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정제설비 가동률이 94.7%로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석유제품 재고는 20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하면서 한국산 항공유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등·경유에 대한 미국 내 수입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 들어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 대상국 3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차질로 정제마진이 악화되며 수출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 정유사들 입장에선 동아시아 수급 경쟁 압박이 완화되는 긍정적인 환경이다.
현재 국내 주요 정유사의 평균 가동률은 90% 수준으로, 마진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 수익성 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8월 이후 트럼프 관세 발표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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