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공정서 수율 저하 부르는 무작위 변동성 지적
반도체 계측社 프랙틸리아 "정확히 측정해야 제어 가능"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극자외선(EUV) 기술을 적용해 수 나노미터급 패턴 구현은 가능해졌지만, 실제 생산 단계에서는 무작위적 변동성, 이른바 '스토캐스틱 변이'로 인해 결함 발생과 수율 저하가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반도체 계측 전문기업 프랙틸리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캐스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확률 기반으로 공정을 제어하며, 설계 단계부터 스토캐스틱 요인을 반영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고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측정 전문기업 프랙틸리아(Fractilia)는 16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스토캐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정밀 계측, 확률 기반 공정 제어, 스토캐스틱 기반 설계 등 3가지 전략을 통합한 접근법이다.
양산 막는 스토캐스틱 변이, 최대 수천억 손실 초래
에드워드 샤리에 프랙틸리아 CEO는 이날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최신 노드에서 ‘제어되지 않는 무작위 패턴 변동’으로 인해 팹당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며 “스토캐스틱은 이제 첨단 공정에서 양산 전환을 막는 최대 걸림돌인데, 프랙틸리아에서 제시한 해법으로 이러한 수율 손실을 줄이고 첨단 공정의 안정적 양산 전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랙틸리아에 따르면, EUV 공정에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구현 가능한 패턴 크기와 실제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크기 사이에 약 5나노미터의 격차가 존재한다. 기술적으로는 10나노 이하의 회로 패턴을 그릴 수 있지만, 이를 대규모로 반복 생산하려 할 경우 결함이 늘어나면서 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변동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스토캐스틱’이라고 불리는 무작위 현상이다. 이는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광원, 재료, 환경 등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데서 비롯된다.
크리스 맥 프랙틸리아의 CTO는 “스토캐스틱은 기존의 평균 중심 제어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이 현상은 본질적으로 확률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정밀한 측정과 확률 기반의 공정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공정의 병목은 장비 성능이 아니라, 이 무작위성을 얼마나 잘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프랙틸리아 측은 “스토캐스틱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연구소의 이슈가 아닌 산업 전체의 병목 요인”이라며, “EUV 장비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포톤 샷 노이즈와 같은 근본적 한계로 인해 스토캐스틱 변이는 여전히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라인 엣지 러프니스(LER), CD 균일성 저하, 위치 오차 등 다양한 결함이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수율 저하, 다이 면적 증가,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양산 지연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도 언급됐다. 프랙틸리아 측은 “하루 양산이 지연될 경우 최대 5000만 달러(약 680억 원)의 매출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첨단 노드에서 양호한 수율 확보 없이 양산에 들어갈 경우,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랙틸리아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 룰 완화 ▲피처 사이즈 유지 ▲스토캐스틱 효과 측정 및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메트로놀로지 기반 분석 등 다양한 옵션을 제시했다. 특히 자사의 FILM™ 기술은 SEM 장비의 노이즈를 제거해 정확한 스토캐스틱 측정을 가능케 하며, MetroLER™와 FAME™ 등의 솔루션은 R&D와 팹 생산 모두에 적용되고 있다.
프랙틸리아는 “측정할 수 있어야 통제할 수 있다”는 철학 아래, 스토캐스틱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샤리에 CEO는 “연구실(Lab)에서 구현된 회로 패턴과 실제 양산 공정(Fab)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 패턴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스토캐스틱 리미트’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밀한 측정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그간 산업계가 겪어온 ‘연구개발은 성공했지만 양산은 실패하는’ 딜레마에 대해, 기술적인 원인과 실질적 해법을 동시에 제시한 첫 시도로 평가된다. 프랙틸리아가 제시한 로드맵이 실제로 첨단 공정을 안정적인 대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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