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잊게 만드는 주행 질감과 정숙성
상위 모델 사양 아낌없이 내려온 프리미엄 구성
디지털 키·HUD 연동 내비·후진 어시스턴트 기본 적용
작고 싸고 효율적인 차, 그게 소형차에 기대하는 전부다. 소형차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BMW 뉴 1시리즈라면 그 욕심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 줄인 건 크기 하나, 성능도 감성도 여전히 BMW다.
지난 10일 라인업의 막내지만 형들의 품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뉴 120’을 타고 서울 중구에서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까지 약 60km를 주행했다. 드라이빙센터에 도착해서는 트랙 위를 달려봤다.
뉴 120은 전장 4360mm, 전폭 1800mm로 국내에서 소형 SUV로 분류되는 현대차 코나(전장 4350mm, 전폭 1825mm)와 거의 비슷한 크기다. 공식적으로는 C-세그먼트로 준중형 해치백이지만 실제 체감은 오히려 소형차에 가깝다. 도심에서의 기동성, 주차 여유, 운전 편의성 같은 ‘작은 차의 이점’은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보통의 소형차와 같은 선상에 두기엔 뉴 120이 억울할 듯 하다. 뉴 120에는 단순히 실용성만을 겨냥한 구성이 아니라 상위 모델에서 내려온 고급 사양들이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코닉 글로우’다. BMW의 정체성인 전면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조명을 비추는 이 장치는 중·대형 모델에만 적용되던 디자인이다. 1시리즈에 이 사양이 내려왔다는 것은 브랜드가 이 모델을 단순히 엔트리로만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디자인 디테일에서도 BMW의 피가 흐른다. C필러를 따라 흐르다 급격하게 꺾이는 부분인 ‘호프마이스터 킨크’가 새롭게 적용됐다. 시리즈 명도 각인돼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 차량이라는 사실을 가장 강하게 각인시켜준 건 단연 주행 성능이었다. 소형차에서는 대개 포기하게 되는 정숙성, 승차감, 힘까지 BMW는 모두 챙겼다.
낮은 차체임에도 노면 진동은 거의 전달되지 않았고 속도가 붙을수록 안정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원형에 가까운 고속 커브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노면을 단단히 붙든다.
엔진은 이전 세대보다 12마력 높아진 최고출력 204마력의 BMW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최대토크는 30.6kg·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7.2초다.
편의 사양에서도 프리미엄 경험은 이어진다. ‘후진 어시스턴트’는 BMW만의 인상적인 기능이다. 시속 35km 이하로 주행한 마지막 50m 경로를 자동으로 저장해두고 좁은 골목이나 막다른 길처럼 방향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브레이크에서 발만 떼면 차량이 자동으로 후진하고 화면에는 방금 지나온 경로가 그대로 표시된다. 엎지른 물을 깔끔하게 되돌려주는 듯한 기능이다. 물론 전적으로 맡기기보단 주변 상황을 주시하며 제동은 운전자가 직접 해야 한다.
동급 모델 중 유일하게 ‘BMW 디지털 키 플러스’를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띈다. BMW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차량이 운전자를 인식해 조명과 함께 도어 잠금을 해제한다. 멀어질 때는 자동으로 다시 잠긴다.
시동을 걸 때도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주머니나 가방 속에 넣어둔 채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신경 써야 할 동작을 하나씩 줄이면 운전자에겐 여유로 돌아온다.
인포테인먼트에도 많은 힘을 준 티가 났다. 스마트폰을 연결해 직접 게임을 실행해봤는데 단순한 미니게임 수준이 아니라 꽤 고퀄리티였다. 실제로 친구들과 대기 중일 때 내기용으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몰입감이 느껴졌다.
아쉬웠던 건 BMW가 공들인 내비게이션이었다. BMW는 T맵 기반의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다. 기존 수입차들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T맵을 우회적으로 사용하던 것과 달리 BMW는 T맵 데이터를 아예 순정 시스템에 통합해 HUD까지 연동되도록 했다.
수입차로서 순정 내비게이션이 HUD와 연동된다는 점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내비게이션 기능 업그레이드나 신규 기능 추가도 BMW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T맵과 BMW 시스템 간의 '궁합'이 아직 완전히 맞지 않는 듯 했다. 이날 주행 중 경로를 갑자기 변경하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거나 존재하지 않는 도로로 안내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현재 주행 속도는 HUD에만 표시되고 디스플레이에는 보이지 않는 점도 불편했다. HUD에는 ‘현재’ 제한속도가 나오지만 메인 디스플레이에는 ‘100m 뒤’ 제한속도만 안내 돼 처음엔 두 정보가 왜 다른지 혼랍스럽기도 했다.
결국 각 디스플레이에 나온 여러 정보를 조합해 판단해야 해 산만해졌다. 시선 이동을 줄이기 위해 있는 HUD가 오히려 시선을 더 자주, 더 멀리 이동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4840만원부터 5280만원까지다.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이지만, 첫 차부터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은 여유 있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타깃
–주차 스트레스는 줄이고 BMW 감성 누리고 싶은 당신
▲주의할 점
-내비게이션은 아직 한국에 적응 중인 외국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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