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젤스 인수로 AI 헬스 B2B 전환 본격화
전자업계, 개인 건강 데이터 연계한 서비스 확대 나서
의료 규제 피해 해외시장 공략... 플랫폼 패권 겨눈다
LG·SK인텔릭스도 홈 헬스·웰니스 기술 강화에 속도
전자업계가 의료 플랫폼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헬스 기업 젤스를 인수하며 기존 삼성헬스를 병원 연동 B2B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LG전자와 SK인텔릭스도 각각 홈 기반 건강관리 기술로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모색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특히 AI 기술과 연계한 '초개인화 건강 인사이트' 제공이 핵심 사업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젤스(Xealth)를 전격 인수하며, 삼성 헬스(Samsung Health) 앱을 단순한 피트니스 앱이 아닌, 병원·가정·보험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전문 의료기관 및 보험 시스템과 연동해, ‘커넥티드 케어’ 기반의 종합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수년 전부터 미국 주요 병원과 헬스 레코드 연동을 진행하며 디지털 헬스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반면, 삼성은 상대적으로 B2C에 머물러 있었다”며 “이번 젤스 인수는 B2B 플랫폼으로의 전환 선언이자, 미국 시장부터 본격 진입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테크 포럼’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확인됐다. 이날 참석한 박헌수 삼성전자 디지털 헬스팀장은 “AI는 단순한 코칭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삼성의 모바일 AI 역량을 헬스 생태계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산업의 파편화된 데이터 구조를 지적한 젤스 CEO 마이크 맥쉐리 역시 “의료·생활·보조기기 데이터가 통합돼야 비로소 환자 중심의 맞춤형 케어가 가능해진다”며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G전자도 디지털 헬스 사업을 조용히 확장 중이다. LG는 2019년과 2024년 분당서울대병원과 연이어 MOU를 체결하며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공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LG의 전략은 플랫폼보다는 ‘홈 헬스’에 가깝다. 퓨리케어, 안마의자, 로봇 기술 등을 통해 개인 건강관리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구조다.
중견가전기업 SK매직도 최근 사명을 ‘SK인텔릭스’로 변경하고, AI 기반의 웰니스 플랫폼 사업을 선언했다. 회사는 공기청정기·정수기 등 기존 가전을 ‘건강관리의 시작점’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개인화된 건강 코칭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헬스 데이터 기반의 병원·보험 연계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전자업계도 생존을 위한 ‘플랫폼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의료정보 연계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엄격해 기업들의 플랫폼 전략도 우선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구현되고 있다. 젤스를 인수한 삼성 역시 “국내 의료기관 연동은 법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우선 미국에서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향후 AI 헬스 플랫폼이 단순한 앱이나 웨어러블을 넘어, 스마트폰·TV·가전 등 생활 전반의 기기들과 연결되는 B2B 헬스 인프라 경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플랫폼 지배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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