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폭염에 고수온 주의보
해수면 상승…연근해 어업 생산 감소
공급·어획 차질…고등어 값 폭등
정부, 비축수산물 1100t 방출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고등어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초 늦게까지 이어진 한파로 농산물 수확이 영향을 받은 데 이어 수산물은 바다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어 1손 가격이 6400원대를 넘어서는 등 전년보다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상 기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기후 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고수온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고등어 등 비축수산물을 방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수온 주의보 발령…지난해 연근해 생산량 53만에 최저
고수온 특보 발표 해역도.ⓒ국립수산과학원
11일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서·남해 연안을 비롯한 제주·전남·경남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고수온 위기경보는 28도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올해의 경우 유난히 짧았던 장마와 때이른 폭염으로 인해 평년보다 이르게 바다가 뜨거워졌다.
수과원은 “지속되고 있는 폭염의 영향으로 서해와 남해 내만과 연안을 중심으로 수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추자도를 포함한 제주 연안은 폭염과 제주도 근해 고수온의 영향으로 당분가 높은 수온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수과원은 조피볼락, 강도다리 등 상대적으로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의 양식장 관리를 당부했다.
이 같은 고수온의 여파는 이미 지난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고수온 현상으로 인해 고등어, 살오징어 등의 어획량이 줄어 5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다.
통계청이 올 초 발표한 2024년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만1000t 줄어든 84만1000t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1년(76만4000t)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고등어는 17.4%, 살오징어는 42.0%, 멸치 18.8%, 갈치 26.6% 각각 급감했다.
‘국민 생선’ 고등어값 상승…기후 플레이션 비상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오징어가 판매되고 있다.ⓒ
고수온 현상은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수산물 물가는 1년 전 대비 7.4% 올랐다. 특히 고등어가 16.1%로 4월(11.6%), 5월(10.3%)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기후변화와 바다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산물은 5월 6.0%에 비해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는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획량이 줄어들고, 최근 수입 가격이 상승한 고등어, 조기, 오징어 등에서 오른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중성 어종의 가격이 널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를 살펴보면 전날 기준 고등어(국산 염장) 한 손 가격은 6492원으로 전년보다 38.9% 올랐다. 물오징어 1마리(원양 냉동)는 4754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2.26% 상승했다.
이 같은 이상기온이 지속될 경우 장바구니 부담을 압박하는 ‘기후 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포인트(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1℃ 기온 상승 충격이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한 결과, 1년 후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기후변화는 단기적인 물가상승 압력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을 높이고 변동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후 플레이션 문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전세계적인 기후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주요 수산물 비축수산물을 방출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가격이 상승한 고등어·오징어 등의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수산물 총 1100t을 시중에 추가 방출한다.
아울러 이달부터 수입산 고등어 1만t에 대한 할당관세를 도입하는 등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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