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결핍이 예술이 된 순간, ‘바다호랑이’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5.07.08 17:31  수정 2025.07.09 00:10

제작자 윤순환의 인생을 건 ‘9년’

감독 정윤철의 대표작이 바뀌었다

배우 이지훈, 길이 회자할 명연기

잠수사 나경수로 분한 배우 이지훈 ⓒ영화로운 형제 제공

기적은 짜릿하다. 그것도 진심이 통해서 이뤄진 기적은 실로 짜릿하다.


네이버 기준 실 관람객 평점 10.00, 개봉 사흘 만에 독립영화의 대흥행 기준이라 할 관객 1만명 돌파, 7일 현재 기준 1만8151명 관람.


영화 ‘바다호랑이’(감독 정윤철, 제작 ㈜영화사침·㈜굿프로덕션, 배급 영화로운 형제) 얘기다.


작품의 흥행 배경과 이유, 관객이 좋다고 느낀 지점은 다양하다.


노란 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했던 약속의 이행일 수도 있고, 우리 현대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월호 참사’를 사건이 아닌 사람의 마음으로 들여다본 것이 관객의 발길을 불러들였을 수도 있다. 아픈 장면은 우리의 상상 영역에 두고 잠수사와 유가족을 조명하면서도 불편함 없이 진입 문턱을 낮춘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결핍이 예술이 되는 순간 ⓒ영화로운 형제 제공

필자는 작품 안에서 영화적 성취, 흥행의 필연을 보았다. 외부 요소를 배제하고 단지 영화로 접근해도 매우 흥미롭고 영화사적으로 가치 있다.


‘바다호랑이’의 결핍은 예술이 되었다.


마치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가 적은 제작비로는 채울 수 없었던 미장센을 포기하고 흑백영화로 완성한 지점이 되레 시대의 암울함과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에 적절하고 시대극이라는 장르에도 딱 맞아떨어졌던 것처럼.


제작자 윤순환의 9년에 걸친 절박한 사투와 각본과 촬영, 편집부터 연출, 공동제작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정윤철 감독의 분투에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자본의 한계를 함께 모인 사람들의 예술적 아이디어와 땀으로 채운 ‘바다호랑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상세히 적을 순 없지만, 때로 연극 같고 때로 우주 유영 같고 때로 열연의 축제 같은 ‘바다호랑이’는 진정 영화적으로 아름답다. 메시지가 좋아서, 사회적 의의가 깊어서 좋게 봐줄 필요 없이 예술 그 자체다.


주연 손성호(왼쪽)로부터 단역까지 모든 배우의 열연이 빛난 영화 ‘바다호랑이’ ⓒ영화로운 형제 제공

결핍을 예술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이들은 제작진에 더해 배우다. 특히 이지훈의 ‘시뮬레이션 연기’는 결핍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우리 눈앞으로 데려온다. 숱한 작품을 본 이들의 마음까지도 충분히 훔치고 남을 명연기다.


정윤철 감독과 스태프가 결핍을 예술로 만드는 바탕을 깔고, 그 위에서 이지훈(나경수 역)을 비롯해 손성호(류창대 역), 박소윤(나래엄마) 등의 배우들이 아름답게 춤춘다.


감독 정윤철의 대표작이 바뀌었다. 영화 ‘말아톤’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도, ‘좋지 아니한가’도 좋았지만…지금, ‘바다호랑이’가 그 신선한 파격으로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다.


배우 박호산(왼쪽), 이기영, 김중기 특별출연 ⓒ영화로운 형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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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영화로운 형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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