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에 가계대출 관리 당부…"금리 인하기 속 리스크 막아야"
이언주, '가계대출' 발언 질타…"정치 개입 태도 바람직하지 않아"
물가안정·금융안정 한은 본연 임무…美연준도 은행권에 경고해
민감한 시기 정치적 해석 이해하지만…침묵하면 더 큰 위험 초래
"금리 인하 기조 아래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관련 리스크가 재확대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18개 회원사 은행장들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오지랖' 이라는 표현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과 26일 연이어 공개석상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권 수장들을 모아놓고 훈계하는 것은 정도를 넘었다"며 "정치하는 것 아니냐"는 날선 발언을 내놓았다. 여기에 더해 "총재가 본연의 역할을 잊고 정치에 개입하는 듯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립성 훼손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법에 명시된 통화신용정책을 통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 범위 내에 있다. 한은 총재는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와 금융 시스템 안정에 대해 시장과 소통하며 경고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가계부채, 자산시장,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등 경제 전반의 불균형을 진단하고, 필요 시 경고음을 내는 것도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역시 주택시장 과열이나 신용 팽창 조짐이 나타날 때면 은행권에 책임 있는 행태를 요구해 왔다.
이 총재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특히, 최근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신용관리와 경각심을 당부하는 것은 총재로서 책임 있는 조치다.
한은 총재는 과거에도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은행장들과 소통하며 필요 시 경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는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전체 경제의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소통이다. 이런 발언을 '정치적 개입'이나 '오지랖'으로 몰아가는 것은 중앙은행의 고유 역할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해석이다.
물론, 정권 교체기라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이 총재의 발언이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앙은행 총재가 경제 상황에 침묵한다면, 경제 안정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총재의 역할을 폄훼하기 보다는, 한국은행이 본연의 임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총재의 입을 막는 정치적 해석이 아닌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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