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한계' 구멍 막는 안전장치
AI기반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 가능할까
국내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는 높였음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왜 사고를 막지 못하는지, 제도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은행 내부통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책무구조도 안착을 가로막는 걸림돌과 미래의 내부통제 방향과 과제를 들여다본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가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잇따른 대규모 금융사고로 금융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허점을 막을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후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AI를 통해 사전 예방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은행권도 앞다퉈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AI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다.
비정상적 활동 자동 감지…'내부 감독관'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AI 기반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직원의 평소 업무 패턴, 접속 기록, 거래 내역 등을 학습한 뒤, 평소와 다른 비정상적인 활동이 감지되면 즉시 경고를 보낸다.
예를 들어, 특정 직원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고객 정보에 과도하게 접근하거나, 평소에 하지 않던 야간 시간에 고액의 송금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가 포착되면 AI가 이를 이상 징후로 판단해 감사팀에 알리는 식이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 담당자는 모든 거래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AI가 1차로 걸러낸 고위험 거래에만 집중할 수 있어 관리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은행들은 본격적으로 AI를 각 사에 맞게 내부통제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AI 챗봇'을 도입할 방침이다. 내부통제 실패가 조직 구성원의 심리적 부담감, 미흡한 처리 결과 등에서 기인하는 만큼, AI 챗봇이 선제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이미 올해 초부터 AI를 융합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AI 모니터링 강화 시스템, '스마트 시재관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FDS는 영업점 업무 마감 시간 이후 특정한 이상 거래 징후가 탐지되면 담당 검사역에게 즉시 알림과 자료를 전송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후 대응 방식이 아닌 선제적 예방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AI 기반의 의심거래 보고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AI 전환을 줄곧 강조해 온 만큼 내부통제에도 이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보인다.
하나은행 역시 태부통제를 위한 AI 시스템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직원용 AI 업무지원 플랫폼인 '지식챗봇'으로 업무 내규나 정책을 관리하고, 체계적인 부정 방지 과정으로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NH농협은행도 이미 AI 기반 신용감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감리 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량 차주를 자동 선별하고, 고위험 차주를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제보 부담감·감시 구멍…"인적 시스템으로는 역부족"
이처럼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은 정교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도 결국 이를 실행하고 감독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작은 일탈이나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거대한 금융사고로 이어지는데, 기존의 인적 시스템만으로는 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특히 직원이 장기간에 걸쳐 소액을 횡령하거나, 여러 명이 공모해 시스템을 작정하고 속일 경우 이를 적시에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내부통제는 결국 동료 직원의 일탈 행위를 감시하고 보고해야 하는 구조"라며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의심만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제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과 이후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선제적 예방으로 신뢰 회복…"도입 더 빨라질 듯"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내부통제 강화가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AI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패턴의 변화나 여러 데이터 간의 복잡한 연관성을 분석해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며 "사고가 터진 뒤 책임을 묻고 제재를 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통해 사고 발생 가능성 자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AI 기반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관련 기술 도입을 서두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 내부통제 사슬④] 한계 있지만 조금이라도 바뀌어야 할 때>에서 이어집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