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입에 중동 긴장감 확대...韓 산업계 '비상'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6.22 16:33  수정 2025.06.22 17:36

중동 리스크 ↑..유가 급등·해협 봉쇄 우려 증폭

전쟁 장기화 땐 비용 부담 늘고 글로벌 수요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 사실을 발표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JD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AP/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에 미국이 개입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한 국제 유가와 물류비 급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역시 같은 날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20~30발을 발사하며 중동 정세가 갈 수록 악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리스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항공·해운 물류가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5월 둘째 주 이후 6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국제 유가가 통상 2~3주 뒤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휘발유·경유의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역이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의 31%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중동지역을 거쳐 가는 국내 운송업계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2대의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 우려가 커져 주요 선사들이 항로를 조정하기도 했다.


국내 선사들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직접 기착하지는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의 항로 우회와 지연이 지속될 경우 해상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업계 호재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2023년 10월 홍해 사태로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운항 중단하고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전체 중동 수출과 수주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 방위비 증가로 기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취소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종합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에너지, 무역, 공급망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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