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중동정세 반사이익 기대감...복병은 ‘비용’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6.20 14:36  수정 2025.06.20 14:39

운임 상승에 수익성 개선 기대...유가·보험료 인상 부담도↑

“컨테이너선보다 유조선 리스크 커”...선종별 영향 온도차

HMM의 컨테이너선박.ⓒHMM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며 중동 해역의 물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HMM 등 국내 해운업계는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이 형성됐다. 다만 유가와 보험료 등 비용 증가 요인도 함께 부각되면서 수익성 개선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사들은 단기 수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란 남쪽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운송경로다. 스에즈 운하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경로가 없어 봉쇄될 경우 우회가 불가능하다. 이에 중동발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해상 운임과 유가가 치솟으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 같은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심화되면서 운임 상승에 따른 해운업계의 특수도 기대되고 있다. 앞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스에즈 운하가 마비됐던 홍해사태 당시, 글로벌 해운사들은 희망봉으로 우회했고 이로 인한 운송 기간 장기화와 선복 부족 등으로 운임이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초 1760포인트에서 7월 3733포인트까지 112% 급등했다. 같은 해 HMM도 매출 11조7002억원과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업계는 희망봉 우회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현재 수준의 운임(2000포인트선)이 유지될 수 있고, 관세 협상에 따라 추가 상승 여지도 있다고 전망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HMM의 경우 사태가 장기화되면 컨테이너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다”며 “글로벌 선사들의 우회 운항은 공급 증가를 효과적으로 상쇄해 운임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운임 상승이 곧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운임이 오르면 해운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지만 전쟁 리스크로 인한 유가 급등과 보험료 인상, 위험 할증료 확대 등 각종 비용 역시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불안한 정세로 운임이 오르면 매출은 늘 수 있지만, 유가와 보험료 등 비용이 함께 오르기 때문에 수익성이 반드시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이는 특정 선사가 아닌 해운업 전반에 해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업계는 컨테이너선보다 유조선 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지대로 유조선 운항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선사들도 마찬가지로, HMM은 컨테이너 중심의 운영 구조를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반면 유조선이나 벌크선 중심 선사들은 보다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상황에 따라 대체 기항지 확보나 육상 운송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유조선은 육상 수송이 사실상 불가능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은 HMM보다는 유조선 비중이 큰 선사들에게 더 직접적인 변수”라고 우려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국인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봉쇄를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많다.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국내 선사들은 주요 항로와 기항지를 점검하고 있다.


HMM 측은 “현재 운항에 차질은 없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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