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663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오타니는 17일(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투수 겸 1번 타자(지명)로 출전했다. 타자로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린 오타니는 투수로도 1이닝을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오타니표 만화야구가 다시 시작된 순간이다.
오타니는 투수로 MLB 5시즌 통산 86경기 38승19패 평균자책점 3.01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2시즌 28경기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사이영상 투표 4위에 오르는 등 투수로서도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오타니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2023년 8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663일 만이다.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오타니는 당시 2회 팔에 통증을 느껴 자진 강판했고, 한 달 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2024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로 이적해 타자에만 집중했던 오타니는 리그 최초 50홈런(54개)-50도루(57개)의 금자탑을 쌓으며 세 번째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올해도 1번 타자로 뛰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날도 4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세 차례나 출루했고, 타율도 3할대에 복귀했다.
부상 후유증을 털고 오랜만에 복귀한 투수 오타니를 보기 위한 관중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만원 관중 앞에서 씩씩하게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표정에서도 드러나듯 긴장한 탓에 초반 흔들렸다.
1회초 첫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초구 시속 157㎞의 싱커를 던진 오타니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루이스 아라에스 타석 때는 폭투로 타티스 주니어의 2루 진루를 허용한 뒤 중전 안타를 내주고 무사 1,3루 위기에 놓였다. 매니 마차도가 갖다 댄 타구가 중견수 뜬공이 됐고, 그 사이 주자가 홈을 밟아 1점을 내줬다.
이후에는 야수들의 높은 집중력 아래 오타니는 두 명의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처리하며 오프너로서의 역할을 마쳤다.
볼넷이나 탈삼진은 없었다. 구위는 위력적이었다. 스위퍼(10개) 직구(9개) 싱커(8개) 스플리터(1개)를 섞어 총 28개의 공을 던졌는데 몇 차례나 헛스윙을 유도했다. 보더라인에 걸치는 싱커는 압권이었다. 최고 스피드 161.3㎞(100.2마일). 재활 첫 등판에서 100마일을 찍은 오타니를 지켜보던 김혜성과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감탄했다.
비록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살아있는 구속과 예리한 변화구, 위기관리능력은 머지않아 오타니가 완전한 ‘이도류’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경기 후 오타니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수로 오랜만에 등판하다보니 긴장하긴 한 것 같다. 그런데 지명타자로 나설 때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았고, 마운드에서 공을 뿌린 것이 타자로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로서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몸 상태가 좋았다는 것을 확인해 의미가 있다"며 "시속 95∼96마일(153∼154㎞) 정도 예상했는데 실전에 나서니 확실히 구속이 올라갔다. 160km를 찍고 나도 놀랐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며 웃었다.
오타니는 당분간 주 1회 등판하면서 이닝 소화를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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