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수석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디지털 식민지 예방 전략과 과제는?

석지연 기자 (hd6244@dailian.co.kr)

입력 2025.06.17 16:36  수정 2025.06.17 16:54

李정부 미래기획수석이 말하는 3대 AI주권, ‘소버린(주권형) AI’가 중요한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핵심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자국 내에서 확보해 독립적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도약 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전략에는 GPU 등 핵심 인프라의 대규모 확보, 국가대표급 AI 기업의 집중 육성, 국가 초지능 연구소 및 AI 전용 데이터센터 설립 등이 포함된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5만개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한 초거대 AI 연산 인프라를 구축해 민간 AI 기업과 연구 기관이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AI 전용 데이터센터 및 국가 초지능연구소 설립도 함께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은 국내 초거대 생성형 AI 개발을 주도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AI 미래기획수석으로 발탁했다.


하 수석은 ‘소버린 AI(주권형 AI)’를 국가 전략으로 제시해 온 인물로, 네이버에서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 X’ 개발을 총괄했다.


그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과 AI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정책 비전을 공유한 인연이 있으며, 이후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해 ‘AI 강국 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데이터, 연산 자원(GPU), 알고리즘’ 등 이른바 ‘3대 AI 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 수석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로드맵을 설계하는 중책을 맡으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AI 기술주권 확보’ 정책은 그의 구상 아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AI 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핵심 기술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도국들과 격차가 크다.


네이버, LG AI 연구원,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들조차도 대규모 GPU 자원이나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외산 API에 의존해 서비스를 구현하는 실정이다. 이 경우 AI 모델을 직접 통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고, 핵심 기술과 알고리즘에 대한 주권도 확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지만, 민간 기업의 참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정부가 GPU 연산 인프라라는 판을 깔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민간은 과도한 조건, 낮은 사업 유인, 불확실한 예산 구조 등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다.


업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사업 참여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하 수석이 경고해 온 ‘디지털 식민지’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디지털 식민지’는 한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플랫폼 등 핵심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 주권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국내 AI 산업이 외국 기술에 종속되는 현실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소버린 AI’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한국이 기술 종속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이는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실제 기술 경쟁력과 국가 안보, 산업 구조와 직결된 현실적인 과제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디지털 정책을 총괄할 전담 부처인 ‘디지털혁신부’ 또는 ‘AI청’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분산해 있던 AI 관련 기능을 통합해 정책 추진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기술 생태계의 핵심 수요자인 민간 기업들의 신뢰와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민간이 정부의 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AI 주권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술 주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술 독립 없이 외산 모델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한국은 데이터도, 알고리즘도, 연산도 외국 기술에 통제되는 ‘디지털 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개발 과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주권이 걸린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이번 시도가 실제 산업 현장에 어떻게 안착하느냐에 따라 한국 AI 생태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정부가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이 그 위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실현하는 구조가 정착돼야만 진정한 AI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하정우 수석은 “AI 주권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생존 문제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며 “정부는 기반을 깔고, 민간은 그 위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실현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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