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부산행 움직임에...기대·반발 교차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6.10 14:22  수정 2025.06.10 14:23

대통령 공약 현실화 놓고 산업계·지역사회 온도차

수도권 금융 인프라-해외 화주 분포 논리 맞서

부산경제계 환영 속 노조·민영화·장기전략 변수

HMM의 컨테이너선박.ⓒHMM

이재명 대통령의 ‘HMM 부산 이전’ 공약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급물살을 타면서 산업계와 지역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적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노조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으로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HMM(옛 현대상선) 본사 부산 이전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점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북극항로 거점 개발과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강조해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HMM은 민간기업이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어 마음먹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 부산 유세에서도 “노동자들을 설득해서 동의받되, 끝까지 안 하면 그냥 해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HMM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 국민연금공단이 77%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 이에 정부 의지에 따라 본사 이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본사 이전 공약 이행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HMM은 부산항을 모항으로 삼아 세계 8위 해운사로 성장했으며 시가총액은 23조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부산 시민단체와 상공계, 학계는 이번 기회에 ‘부산 이전론’이 현실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부산 경제계는 국내 최대 해운사의 본사 부재로 연계 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HMM 본사 이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상징성과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해외 영업 조직은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부산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산은 세계 해양물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부산상의 회장에 취임하며 HMM 부산 이전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HMM 전체 직원의 약 55%를 차지하는 육상노조(900여명)는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육상노조는 “본사의 물리적 이전은 대외 협업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들의 인력 유출과 조직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의 금융 인프라와 고객사 네트워크 접근성을 강조하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1·2위 선사인 MSC(스위스)와 머스크(덴마크) 모두 항만이 아닌 내륙(제네바,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어 항만 접근성과 본사 위치의 관련성이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대형 화주는 해외에 분포해 있어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해당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부산연구원은 HMM의 본사 이전에 대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본사 이전 논의가 민영화 이슈·장기투자 계획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띨 가능성도 제기된다. HMM의 실적 개선으로 민영화가 다시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부산 이전 추진이 회사의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HMM은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도 발표한 상태다. 이에 맞춰 연내 2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소각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주환원과 함께 최대주주인 산은의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HMM 관계자는 “지난 1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사안은 향후 공시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면서 “시기와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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