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세 회사에 10년간 3.2조원 무상 신용보강한 ‘중흥건설’ 제재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6.09 12:00  수정 2025.06.09 12:00

중흥건설 사익편취·부당지원행위 제재

과징금 180억원 부과, 중흥건설 고발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세 회사를 위해 10년간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흥건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80억원을 부과하고,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을 고발한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동일인 2세 소유의 중흥토건 및 중흥토건의 6개 계열회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에서 각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유동화 대출 전액에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신용보강은 그 자체로 신용위험을 떠안는 행위로, 이에 대한 대가가 지급되는 게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다.


중흥건설이 미수취한 신용보강의 대가는 최소 180억원에 달하며 지원객체는 자신의 신용만으로는 대출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흥건설의 신용보강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흥건설은 동일인 정창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집단 중흥건설의 핵심 계열회사로 해당 사건 지원행위가 시작된 지난 2015년 당시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을 갖고 있었다.


반면, 중흥토건은 동일인 2세 정원주가 2007년 인수할 당시 그 가치가 12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지역 건설사였다. 이후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하에 100%에 가까운 내부거래에 의존해 성장했으나 당시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주택건설사업 등 시행을 위한 대출을 실행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무상 신용보강 제공 행위 거래구조.ⓒ공정거래위원회

이러한 상황에서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년간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관련 24건의 PF 또는 유동화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총 3조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등)을 제공했다.


이 사건 지원행위의 결과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들은 개발사업 성패와 직결되는 자금조달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돼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조건을 확보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사업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는 해당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자금 2조9000억원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지원행위가 없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신용보강을 받기 위해 투자했어야 할 시간과 노력, 비용은 최소 18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주택건설업 시장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토건의 2015년 대비 2023년 자산총액, 매출액, 영업이익은 개별 기준 각각 3.83배, 2.13배, 6.58배, 연결 기준 각각 7.69배, 10.17배, 3.01배 상승했다.


이를 통해 시장 지위를 강화했다.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는 이 사건 사업을 통해 매출 6조6780억원, 이익 1조731억원(2023년 말 기준)을 수취했고,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특히, 중흥토건은 광교 C2 등 대규모 사업의 성공을 통해 얻은 막대한 매출 및 이익을 바탕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계열회사 40여개를 거느린 집단 내 핵심회사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2023년에는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집단 지배구조가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동일인 2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


또 사건 지원행위로 인해 중흥토건에 직접적으로 귀속된 이익은 지분가치 상승, 배당금(650억원) 및 급여(51억원) 등의 형태로 최대·단일주주인 동일인 2세 정원주에게 모두 귀속됐다.


이번 조치는 무상 신용보강 제공과 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동일인 2세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및 경쟁 가능성을 저해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아울러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한 최초의 사례로, 신용보강 행위가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공정위는 “부동산 개발업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익편취행위 및 부당지원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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