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쾌감에 메시지 한 스푼…기시감이 키우는 학원 액션물 피로도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6.07 14:01  수정 2025.06.07 14:01

출연진은 달라졌지만, 전개는 어디서 본 것 같다.


전교 1등에, 싸움 재능까지 탑재한 주인공이 친구들과 힘을 합쳐 일진을 소탕하는 ‘원(ONE): 하이스쿨 히어로즈’(이하 ‘원’)는 여러 면에서 ‘약한영웅’의 시즌1을 떠올리게 한다. 액션의 재미를 강화하고, ‘약한영웅1’ 보다는 분위기가 조금 가볍지만, ‘약한영웅1’과의 비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원’을 향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원’은 웨이브를 통해 공개 중인 드라마로, 아버지의 억압에 시달리던 전교 1등 의겸(이정하 분)과 그의 천부적인 싸움 재능을 이용하려는 윤기(김도완 분)가 복면을 쓴 하이스쿨 히어로즈를 결성해 학교 폭력 서열을 뒤엎는 작품이다.


웹툰 ‘원’이 원작으로, 학원 액션물의 정석적인 전개에 액션 쾌감을 강조해 보는 재미를 더한 요즘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작품이다.


특히 지난 2022년 웨이브에서 공개된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분), 범석(홍경 분)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약한영웅1’과 줄거리도 유사해 더욱 기시감이 들게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약한영웅1’보다는 분위기가 다소 가볍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폭력에 맞서는 연시은의 액션이 처절했다면, 의겸은 좀 더 통쾌하게 일진들을 응징하며 액션 드라마의 쾌감을 살린다. 전개 속도가 빠르고, 아버지의 억압에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과정 또한 시원할 것으로 기대돼 ‘약한영웅1’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다만 ‘약한영웅1’의 흥행 이후 쏟아진 학원물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특별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앞서 티빙 ‘스터디 그룹’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빵된 윤가민(황민현 분)이 최악의 꼴통 학교에서 (진짜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했는데, 전교 1등에서 공부보다 싸움에 재능이 있는 주인공으로 설정만 조금 바뀌었을 뿐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통해 폭력에 맞서는 전개와 메시지는 비슷했다.


여기에 액션 없이, 마약을 비롯해 왕따, 입시 문제 등 청소년 문제를 담아낸 작품들까지. 학원물이 범람하고 있어 더욱 피로도가 높아진다. 2023년 공개된 U+모바일tv ‘하이쿠키’는 마약을 연상케 하는 의문의 ‘수제쿠키’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으며, 2024년 티빙 ‘피라미드 게임’은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점점 더 폭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을 통해 왕따, 서열 문제 등을 짚은 바 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U+모바일tv ‘선의의 경쟁’은 마약 문제와 입시 경쟁, 왕따를 모두 아우르며 다소 수위 높은 전개를 보여줬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모두 초반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깜짝 흥행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학원물 특성상 신인 배우 기용에 적극적인데, 이에 제작비는 줄이되 새 얼굴을 발굴하고, 색다른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긍정적인’ 요소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옮겨 공개된 ‘약한영웅2’가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좋은 결과를 낸 것과는 별개로 스케일만 커졌을뿐, 내용적인 면에선 되려 ‘평범해졌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도 이어졌다. 즉 지나친 ‘반복’이 학원물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이전 작품들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약한영웅1’은 신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탄탄한 전개, 신선한 액션 시퀀스와 가볍지 않은 분위기 등 장점을 고루 갖추며 ‘웰메이드 학원물’이라는 극찬을 받았다면, 이후엔 다소 자극적인 전개를 선보이거나 카타르시스를 강조해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들이 다수였다.


‘약한영웅1’로 ‘학원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뒤 ‘원’으로 돌아온 웨이브에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남은 전개를 지켜봐야겠지만, 무게감은 약화되고 이정하, 김도완 등 주연 배우들의 활약은 ‘약한영웅1’의 박지훈, 최현욱만큼의 큰 임팩트는 아직 선사하지 못한 것. ‘약한영웅2’가 아닌, ‘약한영웅1’의 다운그레이드된 답습이 씁쓸함을 남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