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과 장내 미생물간 상호작용 규명, 면역 치료제 개발 등 활용 기대
아주대·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이 인체 면역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면역세포를 진두지휘하는 T세포의 장내 면역 환경에서의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새로운 분석법을 확립했다. 장내 염증 관련 면역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아주대학교는 생명과학과 이재우 교수 공동 연구팀이 장내 T세포 수용체를 분류 및 체계화하는 새로운 분석법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아주대 이재우 교수와 미국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박사후연구원 정지선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워싱턴대의 치 송 시에(Chyi-Song Hsieh) 의과대학 교수는 교신저자로 함께 했다.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는 우리 인체의 면역계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세포로, 다른 면역세포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기억 능력도 가지고 있어 한 번 침입한 적에 대한 정보는 T세포 면역계에 명확히 각인된다. 그러나 T세포의 수가 많고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어, 개별 T세포에 대한 연구가 한정적으로 이뤄져 왔을 뿐 전체적 T세포 메커니즘의 규명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장내 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T세포의 역할이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 몸에 존재하는 T세포의 70~80%가 장내 면역계에 분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T세포는 내부의 인자를 조절하는 데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의 항원과 장내에 공생하는 미생물 유래 항원을 관리하는 것이 장내 T세포의 주된 역할이다.
무해한 음식물 항원과 공생 세균 유래 항원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을 유지하면서도, 감염성 병원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T세포의 유연성과 항원 특이적 정확성이다.
이러한 T세포의 항원 특이성이, 항원의 용광로라 할 수 있는 장내 면역 환경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규명하는 기초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아주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생쥐의 장내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TCR) 연구를 통해 TCR을 자기 항원, 음식물 항원, 미생물 유래 항원에 의존적인 TCR로 각각 분류하는 새로운 연구 체계 확립에 나섰다.
T세포 수용체(TCR) 분류를 위해 연구팀은 생쥐를 세 가지 조건에서 사육했다. △감염균은 없지만 음식물 및 공생 미생물 유래의 항원이 존재하는 정상 상황(Specific pathogen-free, SPF) △여기에서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무균 상황(Germ-free, GF) △최종적으로 음식물 항원까지 배제해 외부 항원 노출이 전혀 없는 무항원(antigen-free, AF) 상황이다.
연구팀은 장내 환경에서의 T세포 항원 특이적 반응을 거시적으로는 음식물 및 장내 공생 세균에 대한 전체 TCR 반응의 크기로 추적했고, 미시적으로는 음식물 및 장내 공생 세균에 반응하는 단일 TCR의 반응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만개 상당의 T세포 수용체(TCR)를 분류한 체계 지도가 완성됐다.
더불어 연구팀은 염증성 장 질환의 원인이 되는 T세포 항원 특이성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했다. 복잡한 조성의 장내 세균 중에서 염증의 원인이 되는 세균 후보를 찾기 위해, 연구진은 장내 세균 및 장내 TCR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생쥐 사료의 구성 성분 중에는 콩단백질이 만성 장내 염증 반응의 항원임을 밝혔다.
면역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장내 염증성 면역 반응의 항원 규명은 매우 어려운 연구주제로 꼽힌다. 이에 음식물 구성 성분별 추적 및 장내 세균과 TCR 간의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연구 기법은 T세포, 음식물, 그리고 장내 미생물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데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우 아주대 교수는 "새롭게 제시한 연구 기법은 T세포 수용체의 숲과 나무를 함께 볼 수 있는 분류 체계 방식으로, 장내 염증 상황에서 T세포를 자극하는 음식물 및 장내 공생 세균 유래 항원을 규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기초 연구가 향후 장내 염증·음식물 알레르기 관련 면역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학자들이 분석해온 '인체는 살아있는 미생물 배양기'라는 관점에 더해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미생물 배양액이 된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물이 장내 미생물 및 TCR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에 대한 기초 연구가 더욱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아주대 자연과학대학 기초과학연구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내용은 '음식물 및 장내 미생물 유래 항원에 의한 T세포 항원 수용체 레퍼토리 조절(A hierarchy of intestinal antigens instructs the CD4+ T cell receptor repertoire)'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면역학 분야 저명 저널 <Immunity>에 5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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