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본격 진출
냉장고·에어컨 등 열 제어 기술 축적해온 노하우
산업 영역으로 전환에 총력, 시장 전망도 밝아
삼성전자와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박막 펠티어 소자와 고효율 펠티어 냉장고ⓒ삼성전자
"냉장고 기술로 AI를 식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냉각 솔루션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기존 냉장고·에어컨 등에서 축적한 열 제어 기술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APL)와 공동으로 차세대 펠티어(Peltier)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펠티어 냉각은 전류를 이용해 한쪽 면에서는 열을 흡수하고 다른 쪽에서는 방출하는 방식으로, 미세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다.
이에 가전 제품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의료기기, 전장,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냉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차세대 냉각 방식으로 꼽힌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ata Center World) 2025’에서 모델들이AI 데이터센터액체 냉각 솔루션인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를 소개하고 있다.ⓒLG전자
LG전자 역시 계열사 LG유플러스와 손잡고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 시험 운영에 나섰다. LG전자는 최근 LG유플러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IDC) '평촌2센터'에 냉각수 분배 장치(이하 CDU; Coolant Distribution Unit)를 공급했다.
LG전자가 외부 데이터센터에 액체 냉각 기술을 상용 공급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발열량이 많은 AI 서버 환경에서 CDU 성능을 테스트하며 AIDC 맞춤형 액체 냉각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가전 업체들이 냉각 기술에 주목하는 배경은 간단하다. AI, 즉 인공지능의 관련 연산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특화된 인프라를 갖춘 고성능 컴퓨팅 시설인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칩들이 엄청난 열을 내뿜는다. 이에 식혀줄 장치가 필요하다.
GPU(그래픽처리장치)·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이 최적 온도에서 동작해야 추론 속도가 향상돼 AI 서버 성능이 극대화된다. 열 관리는 단순한 유지보수의 영역을 넘어서 "얼마나 잘 식히느냐에 따라 AI 가 잘 돌아간다"로 귀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냉각 시스템이 단순한 보조 설비가 아니라 서버 성능과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자 이미 수십 년간 냉장고·에어컨·전자레인지 등에서 열 제어 기술을 개발·축적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이를 산업 영역으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해당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다는 것도 가전 회사들이 이곳에 뛰어드는 큰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에서 2028년까지 280억 달러(약 38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액체 냉각 분야는 연평균 22.5%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은 친환경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며 “가전 기업들이 확보한 열 관리 역량이 이제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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