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30일 ‘바다의 날’ 기념식 개최
‘지속가능 해양, 새로운 30년’ 외쳤지만
대선 후보 무관심 속 부처 이전만 이슈
“정책 중심에 해양 없으면 후회할 것”
해양수산부는 30일 제30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서울 세빛섬에서 개최했다. 바다의 날 기념식은 바다가 갖는 경제·환경·역사·문화적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해양·수산 분야 종사자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1996년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해수부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바다의 날 행사에서 ‘30년의 도전, 바다로 여는 미래’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행사를 수도 서울의 젖줄이자 육지와 바다를 연결해 온 한강에서 여는 것도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한다.
이날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변변한 산업 기반이 없던 시절, 원양어업이, 그리고 해외 송출 선원이 벌어온 외화가 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됐다”며 “해운과 항만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7%를 처리하며 수출주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바다가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역사가 곧 해양 개척 역사”라고 했다.
그는 “역사를 통틀어 바다를 포기하고 선진 강국이 된 나라는 없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안보, 산업, 과학기술 등 해양 전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 말처럼 이날 해수부는 30년 바다의 날 역사를 기념하면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근래 해양·수산의 정치·사회적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달 국제 행사인 아워오션 콘퍼런스(OOC)를 성공 개최했고, 2028년에는 세계 최대 해양 행사인 UN오션 콘퍼런스(UNOC)도 준비 중인데 정작 해수부는 정치권에서 찬밥 신세다.
내달 3일 치르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대부분이 해양·수산 관련 공약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지역 해양 단체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해양부총리제 도입,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부활 등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다.
정작 관심은 해양·수산 공약 대신 해수부 이전에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가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그때부터 해양·수산 정책은 이미 국민 관심에서도 뒷전으로 밀렸다.
이런 상황에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나 ‘바다생활권’ 등 어촌의 미래를 위한 굵직한 사업들도 차기 정부에서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종 선거에서 해수부가 소외된 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주요 경제부처 7곳 가운데 유일하게 해수부는 대통령실 소속 담당 비서관이 없다. 농림해양수산비서관이 있지만, 2019년 해당 자리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모두 농림분야 인사가 자리를 차지해 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당시 후보가 해양수산비서관 설치를 약속했으나 결과는 공약(空約)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는 ‘해양수산비서관’이란 단어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정치판에서 해양·수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사이 바다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탈탄소와 디지털화를 두고 세계 해운업계는 속도전을 벌이고, 불안정한 공급망은 물류비를 요동치게 하면서 국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서울대 이근관 교수는 “한국에 해양이 가지는 중요성을 보면 한국은 이미 초해양국가”라며, “객관적 현실과 주관적 인식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메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영국·프랑스 사이에서 해상무역을 통해 발전했던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며 “한국도 해양국가로서 정체성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등도 최근 10대 정책과제를 각 대선 캠프에 제안하면서 “미래는 해양에서 시작한다. 지금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해양정책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해양을 국가정책 중심에 세우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다의 날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 원로는 “30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바다의 날을 제정하면서 ‘21세기 해양 경쟁 시대를 맞아 해양대국 건설을 통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나가겠다’고 했던 외침은 작금의 해수부 상황과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 구호로 그치는 듯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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