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묻혀
차별화 전략 포인트였던 과거와 사뭇 달라
선거 이후 새 패러다임 제시할 정책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열린 조기 대선 레이스에서 부동산 공약은 존재감이 아예 실종된 모습이다. ‘청년 주택 확대’나 ‘공공임대 강화’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살펴봐도 새로운 것이 눈에 띄지 않는, 재탕 및 삼탕들이 대부분으로 참신함이 없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TV 토론에서도 부동산을 주제로 한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현 의지에 대한 진정성도 의문이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 대선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부동산 공약은 과거 주요 대선 때마다 뜨거운 화두였다. 3년 전 직전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급등으로 인해 자연스레 화두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와 직후 치러진 2007년 대선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비단 이 두 사례가 아니더라도 부동산은 매 대선 때마다 뜨거운 이슈가 돼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따른 탄핵으로 이뤄지는 선거이다 보니 정치 사회적 이슈들이 보다 많이 부각되다 보니 부동산은 설 자리를 잃었다.
또 부동산 이슈의 경우,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자들이 있어 섣부르게 접근했다가는 거센 비판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법리스크 등 상대를 공격할만한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꺼내들 이유가 없는 카드인 만큼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과거엔 보수와 진보라는 큰 틀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상이한 접근법으로 인해 공약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면서 선거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적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으로 후보들이 부동산으로 정책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진 측면도 작용했다.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내달 3일 본 투표까지 남은 선거운동 기간이 5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후보들에게 새로운 부동산 공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집은 사람의 기본생활 조건인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와 직결되는 이슈인 만큼 국가의 가장 큰 선거인 대선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임에도 그러하지 못한 점은 못 내 아쉽다. 과거 선거에서 부동산 정책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아 온 이들이 상당수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할 듯 싶다.
특히 집 한 채에 자신이 가진 전 재산 이상을 투자하는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주거 안정성 확보는 삶의 안정화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도 주거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만 극복이 가능하다. 2년마다 이사 걱정을 하면서 애를 낳아야 하는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 출범하는 새 정부는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주거 문제에 대한 철학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비단 정부 인사들뿐만 아니라 정치에 몸을 담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부디 대선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 부동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정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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