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스피 5000 입에 올리나…현실성 없는 ‘재탕’ 공약 [기자수첩-증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5.05.29 07:01  수정 2025.05.29 08:11

대선 후보들, 증시부양책 남발하며 개미 표심잡기 분주…정작 투자자들은 ‘갸우뚱’

이재명 후보 '코스피 5000시대' 또 공약…코스피 3년 넘게 3000선 웃돈 적 없어

제도 개선 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주식 시장에 있어 정치인 역할 '제한적'

정치적 공약, 지속 가능한 증시 도약 견인하기 어려워…빈말 안 되게 '어떻게' 제시하고 실천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경기 안산시 안산문화광장 유세에 참석해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매번 대선 때마다 증시 부양 공약이 쏟아지는데 코스피가 드라마틱한 급등세를 보여준 적은 없다. 현 상황에서 오천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까마득한 숫자로 보일 뿐. ”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가 게재한 글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국내 증시 부양’ 의지를 적극 피력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인 셈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코스피 5000시대’를 제시했는데, 코스피가 2021년 12월 30일(종가 3020.24) 이후 3000선을 넘은 채 장을 닫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짙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아 제도 개선만으로는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무엇보다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은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변수들을 고려하면 코스피 5000이라는 수치가 과도한 낙관주의처럼 비춰진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재탕’ 공약을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앞서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코스피가 5000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임기 종료 직전 코스피는 2000선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었다. 결국 주식시장에 있어 정치인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작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 테마주 급등락 현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지지율과 밀접한 관계인 만큼 테마주를 방관하는 것인데, 상법 개정 등 각종 정책으로 자본시장 도약을 내세운 것과 사뭇 모순처럼 느껴진다.


주식시장은 단순 정책 기대감만으로 오르지 않고, 글로벌 경제 흐름 및 기업의 성장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방향을 정한다. 정치적 공약은 시장 움직임을 단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증시 도약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증시 도약을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공약이 표심 확보를 위한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구체적인 ‘어떻게’를 제시하고 적극 실천함으로써 코스피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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