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살아나야" 외치지만, 현장은 경쟁작 배려 실종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5.22 13:38  수정 2025.05.22 13:39

"한국영화가 살아야 한다", "함께 잘 돼야 극장이 산다"는 말은 이제 거의 모든 공식 석상에서 반복되는 구호다.


그러나 영화 홍보 현장에선 이 같은 연대의식이 실종된 듯한 장면이 빈번히 벌어진다. 경쟁작의 언론 일정이 맞물리는 상황이 반복되며, '상생' 대신 '선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 오히려 영화 산업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인상이다. 이런 흐름은 현재 개봉을 앞둔 작품들 사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개봉 전날인 29일 '소주전쟁'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릴 예정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하이파이브' 측도 강형철 감독과 주연 배우 안재홍, 이재인의 인터뷰를 진행해 일정이 겹치게 됐다.


여기에 6월 2일 열리는 정지소, 차학연 주연의 '태양의 노래' 언론배급시사회와 '소주전쟁' 이제훈, 유해진 인터뷰 일정도 겹친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4월 개봉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파과' 홍보 과정에서도 벌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정 조율을 위한 암묵적인 배려와 조정이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라진 모양새다.


관계자들은 비슷한 개봉 시기, 배우들의 촬영 일정 등으로 일정이 겹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최소한의 조율조차 시도되지 않은 채 각자 '내 작품만 띄우기'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스케줄 충돌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배우들은 "한국 영화 전체의 흥행을 응원한다"는 발언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쟁작을 밀어내는 듯한 일정 운영이 계속되며, 그 진정성에 물음표를 띄우게 된다.


무분별한 일정 충돌은 당장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관심을 분산시키고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침체된 시장에서 각자 살 길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조율조차 무너진 홍보 환경은 결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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