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 선도지구 지정에 ‘공모방식’ 검토
과열경쟁, 공공기여 부담 발목…주민들 집단 반발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2차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방식을 놓고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뉴시스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2차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방식을 놓고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올해 다른 지자체들은 주민제안 방식으로 선도지구를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성남시만 지난해처럼 공모 방식을 따를 거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각 지자체는 내달 2차 선도지구 지정 기준 및 사업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만 여가구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탈락한 단지들은 올해 선도지구 지정을 목표로 벌써부터 열을 올리고 있다.
1차는 일괄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올해는 공모 방식과 주민제안·입안 방식 둘 중 지자체 여건에 맞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모 방식은 주민 동의율, 가구당 주차대 수, 장수명 주택 인증, 공공기여 추가 제공, 통합정비 참여 단지 수, 사업 시행방식 등 정해진 기준과 배점표대로 접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단지를 선도지구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량평가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거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다만 1차 공모에선 ‘주민 동의율’이 평가 항목의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면서 단지마다 막판까지 동의서 징구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연출됐다. 동의율 95%를 충족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당시 공모 신청 구역의 평균 동의율은 90.7%에 달했다.
장기간 재건축이 가로막혀 있던 만큼 우선 선도지구로 지정돼야 한단 열망이 컸던 탓이다.
문제는 선도지구로 선정되더라도 과도한 공공기여 부담이 발목을 잡아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발생한단 점이다. 공모에서 점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추가 점수가 있는 항목을 최대치로 반영하면서 분담금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실제 수내동 양지마을 등 지난해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은 추가 분담금 문제와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모에서 탈락하면 그만큼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과도한 경쟁에 따른 주민들의 상실감과 피로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재건축 속도 조절 차원에서 성남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지자체에선 주민제안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주민제안 방식은 주민들이 합의해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단지별 노후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비계획 수립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단 단점이 있지만 향후 사업 기간 단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분당 내 노후 단지들은 성남시가 주민제안 방식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분당재건축연합회(분재연)는 최근 성남시에 주민제안 방식 추진을 요구하는 연명서를 제출했다. 연명서는 38개 단지, 2만5000여가구가 동참했다. 지난해 1차 공모에 참여한 4만7000여가구(선도지구 제외)의 과반이 넘는 규모다.
최우식 분재연 회장은 “공모 방식은 ‘이번에 떨어지면 언제 재건축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과열 경쟁을 만든다”며 “묻지마식 동의서 징구, 무리한 추가 공공기여 베팅 등은 결국 사업성 훼손으로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선도지구로 선정됐지만 정비계획 수립에 이르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제안 방식은 각 단지 사정에 따라 정비계획을 준비하면서 사업 시기를 예측할 수 있고, 시는 접수 순서에 따라 심의하고 계획물량을 고려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면 된다”며 “정비계획 수립이란 목적지로 바로 갈 수 있는데 굳이 소모적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성남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공모방식과 주민제안 방식을 놓고 신중히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모 방식이나 주민제안 방식이나 선정기준으로 어떤 걸 택하더라도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하게 되면 과열 경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1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그에 맞게 개발을 추진해 나가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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