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노동하자 시청자 '껑충'…땀 흘리는 스타에 열광하는 시대 [D:방송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18 11:45  수정 2025.05.18 11:45

'대리 만족' 대신 '동질감'이 통하는 시대가 온다. '일하는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호감도가 높다. 연예인 귀족화 현상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은 직접 노동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연예인에 현실적 공감을 얻고, 이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워크돌'

이러한 흐름은 웹예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JTBC 디지털스튜디오 신규 웹예능 '흙심인대호'는 대표적인 사례다. '흙심인대호'는 김대호 아나운서가 농사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8일 공개된 1회는 일주일 만에 60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 김대호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하기 전 제사를 지내고, 밭을 갈며 비닐을 씌우는 등 '현실 노동'을 이어간다. 영상을 시청한 이들도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돌의 노동 체험 콘텐츠도 인기다. '워크돌'은 '워크맨'의 스핀오프 웹예능으로 각 시즌의 MC를 맡은 이들은 PC방 알바, 승무원, 호텔리어, 기상캐스터 등 현실적인 직업군에 도전한다. 특히 2대와 3대 MC를 맡았던 엔믹스 해원은 일을 하다 지쳐버리는 모습, 쏟아지는 주문에 고통 받는 모습, 긴장된 내색을 비치다가도 금세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 등 솔직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태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의 '노동 예능'이 주목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동질감, 궁금증 해소, 위로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삶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며 시청자는 연예인이 나처럼 일찍 일어나고 고된 노동에 지쳐가는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 이들이 도전하는 노동을 지켜보며 분야에 대한 궁금증을 풀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이전처럼 화려하고 다가갈 수 없는 연예인보다, 함께 버티는 연예인에 더 쉽게 끌리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는 콘텐츠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 '흙심인대호'나 '워크돌'처럼 실제 노동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는 손에 꼽을 정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 보니,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에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장르가 보여주는 진정성이 단기적 유행이 아닌, 시청자 정서의 변화를 시사하는 만큼 더 많은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 콘텐츠는 공감과 현실성을 넘어 새로운 서사를 만들기도 한다. '워크돌' 시즌 3의 마지막회에서 해원은 그간 도전했던 직종의 사수들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눈물을 쏟는다. 많은 이들이 이 장면에 공감한 이유는, 해원의 감정이 단지 그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된 노동 후의 인정, 낯선 환경 속의 성장은 누구에게나 낯익고도 간절한 서사다. 그리고 그것이 '땀 흘리는 연예인'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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