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기도 전에 지치는 ‘쿡방’ 열기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1.08 08:46  수정 2024.11.10 16:04

‘흑백요리사’ 출연자 등장하는 쿡방부터

부부 예능까지 출연하는 셰프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불붙기 시작한 ‘쿡방’ 열기가 ‘과해지고’ 있다. 인기 출연자 모셔가기에 열을 올리며 피로도를 유발하고 있는 일부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불붙기도 전에 쿡방 열풍을 차갑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하게 한다.


지난 8일 종영한 ‘흑백요리사’는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방영 당시 “‘흑백요리사’를 안 보면 대화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화제성이 컸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학민 PD가 종영 인터뷰에서 “관광하시는 분들이 식당 방문을 더 많이 하기도 하신다더라. 작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포스터ⓒENA

최근 한 예능에서 셰프 정호영이 동료 셰프 유현수에게 “‘흑백요리사’에 나와야 예약이 꽉 찬다고 하던데 왜 안 나갔냐”고 말하기도 하는 등 ‘흑백요리사’가 ‘외식 업계’에 불어넣는 긍정적인 활기도 아직 이어지고 있다.


방송가는 ‘쿡방’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대세를 따라가고 있다. JTBC는 게스트의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를 선보이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5년 만에 부활시켰으며, MBC는 반찬을 소재로 한 ‘대장이 반찬’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20명의 도전자들이 백종원과 셰프들과 함께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혹독한 미션을 수행하는 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하 ‘레이제라블’)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부터 시골에서 일하며 밥 먹는 프로그램까지. 때로는 힐링을, 때로는 현실적인 팁을 전수하며 쿡방이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에드워드 리와 최강록, ‘레미제라블’에는 백종원과 철가방 요리사·요리하는 돌아이가 출연하는 등 ‘흑백요리사’와 출연진까지 겹쳐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인기 장르를 발 빠르게, 또는 더 흥미롭게 변주해 선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흑백요리사’가 발굴한 스타까지 그대로 재탕해야 하는지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미 유튜브 콘텐츠를 비롯해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흑백요리사’ 출연자 섭외에 열을 올리며 부지런히 숟가락을 얹는 상황이다. 백종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급식대가가 출연해 미처 다 발휘하지 못한 실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가 출연해 비하인드를 풀어내며 흥미를 유발하는 등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적절하게 풀어내는 콘텐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유 퀴즈 온 더 블록’, ‘라디오스타’에 연달아 출연해 안성재 셰프와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최현석 셰프부터 뜬금없이 철가방 요리사와의 만남을 포착한 부부 예능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까지. 일부 막무가내식 ‘숟가락 얹기’에 나선 프로그램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없지 않다.


미처 몰랐던 실력 있는 셰프들이 발굴되고, 이에 어려움을 겪던 외식 업계에 활기가 도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흑백요리사’가 셰프들의 실력과 진정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낸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단순한 ‘숟가락 얹기’가 셰프들에게, 또 외식 업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흑백요리사’의 긍정적인 활약까지 무색케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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