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신용평가, 전세 DSR 도입 등 '만지작'
2금융권 집단대출 '풍선효과'에 23일 재소집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시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과 집단대출 문턱도 더 조일 전망이다. 강도 높은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던 주담대 증가세가 한 풀 꺾인 만큼,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전세대출과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 조짐이 보이는 집단대출이 다음 타깃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돈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점점 더 좌불안석이 돼 가는 분위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무분별한 전세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임대인 신용평가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임대인이 전세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세대출 공급 규모를 주택담보대출비율로만 조절해왔다. 그러나 전세대출을 지급받는 당사자는 사실상 임대인인데 이에 대한 상환능력을 따져볼 심사절차가 없어 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신용정보원을 통해 임대인의 신용불량, 국세체납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실질적인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을 내주면 전세대출 공급 감소와 전세 사기 방지 효과가 기대된다.
90~100%에 달하는 보증비율을 80% 이하로 낮춰 전세대출 공급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지 않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상에서 제외된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 등을 DSR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집단대출을 새로운 뇌관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6029억원 증가하며, 전월 9조6259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반면, 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새마을금고가 9월 들어 2000억원 증가했으며, 보험업계도 같은 달 4000억원이 늘었다. 8월만 해도 새마을금고는 200억 감소, 보험업권은 3000억 증가에 그쳤었다.
특히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 일부에서 집단·중도금 대출 취급 규모를 급격하게 늘렸다는 분석이다.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새마을고 주담대 증가분의 70%는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한 잔금대출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당국에 기조에 발맞춰 집단대출 문턱을 대폭 높인 만큼, 이들 업권에서 풍선 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보험업계,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을 소집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연다. 은행권 대출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분석하고, 업권이 제시한 가계대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위는 8일 전에도 제2금유권 실무자들을 불러 가계대출 관련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금지,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중단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전방위적 가계대출 규제로 실수요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가 자칫 끊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서민 맞춤형 정책 금융상품인 '디딤돌 대출'의 경우 관장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은행들에게 대출 제한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며 큰 파장이 일었다.
정책 대출 규모를 되도록 축소하지 않고 운영하겠다고 밝히다가 돌연 대출 제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입주를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은 디딤돌대출을 통해 잔금을 치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내 집 마련을 염두한 수요자들도 대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거센 시장 반발에 국토교통부는 해당 정책을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오락가락 하며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시장 불안을 부추긴단 비판이 나온다"며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실수요자들을 선별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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