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시즌을 끝으로 이혜천(30·전 두산)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리며 일본프로야구 야구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했다.
보도된 이혜천의 계약조건은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2년간 260만 달러. 여기에 성적에 따른 옵션을 더하면 최대 140만 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앞서 일본에 진출한 ‘국민타자’ 이승엽은 지난해 부상 후유증 탓에 부진에 빠졌지만, 연봉만 약 6억엔(추정)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고액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승엽 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프로야구 선수들도 연봉 공개를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선수의 연봉은 추정액으로 보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선수와 개인이 ‘비공개’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로서는 개인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구단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재정 상황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자들, 피할 수 없는 ‘세금의 악몽’
그렇다면 ‘대박’을 터뜨린 일본 프로야구의 고액연봉자들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이승엽의 추정연봉 6억엔은 우리 돈으로 80억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외국인선수의 경우 옵션이나 계약기간, 주민등록(주소지등록) 등에 따라 세금은 천차만별이다.
이승엽도 일본의 꼼꼼한 세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승엽이 보통의 일본 선수들처럼 주민등록(거주지등록)이 현지로 되어 있어 일본 세무서에 세금을 납부한다고 전제했을 때, 최근 엔화환율이 폭등해 6억엔은 한화로 약 80억원이 넘는 거액이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40억원정도가 세금으로 날아간다.
일본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연소득 1800만엔 이상의 고액연봉자로 분류돼 소득세를 40% 물어야 하고, 주민세를 10%를 추가로 낸다. 한 마디로 가혹한 세율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수입의 50%’에 대한 세금이 아닌, ‘소득’에 대한 세금이라는 점이다. 즉, 또 다른 소비로 소득공제를 받아 절세할 수 있는 셈이다.
절세하는 방법으로는 글러브, 배트 등 야구를 위한 장비나 기계의 구입을 포함해 이동에 필요한 자동차 구매와 교통비 지출, 그리고 병원비 및 통역사 또는 마사지사 고용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결국 이것에 소비한 금액이 연간 1억엔이라면, 6억엔(수입)에서 1억엔(경비)을 뺀 5억엔(소득)에 대해서만 약 50%의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따라서 5억엔에 대한 세금은 2억 5,000만엔이므로 경비를 공제하지 않았을 때보다 5,000만엔이 절약된다. 그리고 소비에 대한 신고는 하면 할수록 세금 액수는 줄어든다.
MLB 진출한 일본인 선수들은 세금박사?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인 선수들도 일본프로야구 시절부터 절세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 소속의 타자 마쓰이 히데키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세금 절약용(?)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마쓰이의 연봉이 5억엔이라면, 가족들을 사원으로 고용해 총임금으로 1억엔을 지출하고, 사무실로 쓰기 위해 2억엔짜리 집을 구입하면 총 지출 경비는 3억엔이 되므로 2억엔의 소득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세금은 1억엔만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마쓰이가 이 같은 회사를 만들지 않고 지출 경비 1억엔만을 신고했다면, 소득이 4억엔이 되므로 50%인 2억엔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처럼 아버지나 동생을 매니저 또는 사장으로 고용한 뒤 월급과 경비를 사용하는 방법은 대부분의 고액 연봉자들이 즐겨하는 ‘세테크’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 스즈키도 ‘오피스 이치로’란 회사를 세웠다. 그의 아버지는 대표를 맡아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물론 ‘오피스 이치로’ 역시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만든 회사다. 절세를 위해 각양각색의 방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재산을 지키고 있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려 선망의 대상이 되는 프로야구 스타들. 그들 중에서도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관련지식을 꼼꼼히 챙기며 노력하는 자만이 은퇴 후에도 아름다운 스타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데일리안 = 최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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