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 지방서 서울로 속속 수주영역 확장
고금리·자잿값 급등…낮은 공사비로 가격 경쟁력↑
서울·수도권 수주시 브랜드 인지도 및 홍보효과 ‘톡톡’
중견건설사들이 지방 대신 서울 등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로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이 시들한 사업지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일감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합정동 447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이달 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진흥기업과 이수건설이 참여해 2파전을 벌일 예정이다.
한강이 보이는 입지에 자사 브랜드 깃발을 꽂을 수 있단 점에서 현장설명회에는 이들 두 건설사를 비롯해 KCC건설과 동양건설산업도 참석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진흥기업은 성북구 장위11-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어 송파구 가락7차 현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연이어 따냈다. 효성중공업을 모기업으로 둔 진흥기업은 지난 2013년부터 효성중공업과 통합브랜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를 사용 중이다.
지난달 동부건설은 중랑구 묵동 장미아파트 시공권을 확보하며 약 2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LH참여형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재건축으로 용적률 300%를 적용받아 지하 3층, 지상 20층, 아파트 214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동부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739만원이다.
아파트 브랜드 ‘미소지움’으로 알려진 SG신성건설은 최근 성북구 장위 11-1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초 2021년 10월 이곳 조합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SG신성건설은 현대건설이 요구한 공사비 대비 137만원 낮은 3.3㎡당 760만원을 제시하며 새 시공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방을 거점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하던 중견건설사들의 서울 진출이 활발해진 모습이다. 서울의 경우 택지가 부족한 데다 정비사업 추진 시 대형사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탓에 그간 중견사들의 설 자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된 핵심 입지 사업장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이들의 관심이 저조한 사업장에 자사 브랜드 깃발을 꽂기 수월해졌다. 지방은 부동산경기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해소가 더디고 신규 사업을 벌이기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브랜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신 공사비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점이 수주 먹거리 확보에 주효했단 분석이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견건설사가 제시하는 공사비는 이보다 200만~300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공사비가 낮으면 그만큼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도 덜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 아파트를 서울에 짓는다는 건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중견건설사에는 득이 되는 부분이 더 크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홍보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건설사 대비 어느 정도 조합 눈높이에 맞춰 공사비를 책정하다 보니 속도감 있게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조합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형건설사들이 소규모 사업까지 수주하곤 했는데, 선별수주 기조가 강화되면서 확실하게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500가구 미만 중소규모 사업에 대한 중견건설사들의 참여 기회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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