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프로그램에 세제혜택 등 동인 부족
자율성 외에 강제력 있어야 정책적 효과 발휘 가능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정작 ‘기업’은 빠져 있는 것 같네요”
정부가 지난달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야심차게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방안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지인이 내게 이야기한 말이다. 기업 밸류업의 대상이자 주체가 돼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소외돼 있는 인상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방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6월 중 최종안이 발표될 예정이긴 해서 기대감을 접기는 아직 이르지만 최종안에서 큰 변화가 있을지에 의문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방안에 ‘기업’이 빠져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업들이 주도적·적극적으로 참여할 동인(動因)이 보이지 않다는 데 있다. 당초 기업들이 기대했던 자사주 소각시 법인세 감면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 관련 내용이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만큼 효과가 큰 유인책은 없다. 정부가 매년 기업 밸류업 표창을 진행해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제 지원에 나서겠다고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 밸류업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서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제기해 온 과도한 상속세 개편과 취약한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등도 이번 방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과도한 세율의 국내 상속세 체계는 대주주의 주가 부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고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 방어력 약화라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자사주는 그동안 상장사 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방점을 찍은 자율성도 이번 방안에서 기업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상장사들이 많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된 점이 이해는 되지만 미래를 위한 판단이기는 어렵다.
정부가 이번에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까지 마련한 것은 어찌 보면 기업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가치를 끌어 올리지 못한 점도 있는 셈이다.
각자 노력을 안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율에만 맡겨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상황에서 다시 자율에만 맡겨서는 당초 의도했던 정책적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 의문이다.
이번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일부 기업들에서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는 전체적으로 보면 제한적인 상황이다. 완전 자율이 아닌, 단계적 유예를 거쳐 일정부분 강제성 부여가 필요한 이유다.
결국 기업이 주체적으로 나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정부가 6월 중 내놓을 최종 방안에는 ‘기업’이 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기업은 권리와 의무가 모두 부여되는 주인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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