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대환 경쟁 이면에 숨은 담보대출 '쟁탈전'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4.01.18 06:00  수정 2024.01.18 06:00

비대면·낮은 금리 등 인뱅 '우위'

주담대 비중 급성장에 새 원동력

안정·수익성 잡으려 '눈치 싸움'

시중은행 대출 창구 이미지.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을 모바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은행 간 담보대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담보를 끼고 내준 대출을 절반 넘게 유지하며 안정적인 영업을 벌여 온 대형 시중은행들은 방어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인 반면, 후발 주자로서 아직 관련 실적이 미미한 인터넷은행전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린 모습이다.


안정적인 여신 확보가 은행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비대면 담보대출 경쟁 판이 깔리면며 이를 둘러싼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3개 인터넷은행의 원화대출 중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5.2%였다.


은행별로 보면 대형 은행들과 인터넷은행 사이의 격차가 뚜렷했다. 시중은행은 애초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이 담보대출인 반면, 인터넷은행은 20~25% 수준에 그쳤다.


5대 은행의 담보대출 비중은 ▲하나은행 60.6% ▲국민은행 57.7% ▲농협은행 55.7% ▲신한은행 55.1% ▲우리은행 54.4% 등으로 모두 50%를 넘었다. 반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4.0%와 20.9%에 머물렀다.


아직 시중은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터넷은행들의 담보대출 파이도 예전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확대된 수준이다.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담대를 키운 영향이다. 실제로 2022년 3분기 말 담보대출 비중은 케이뱅크가 10.7%, 카카오뱅크가 1.8%에 그쳤지만, 1년 만에 20%대로 올라선 것이다.


이런 와중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이 지난 9일 시작되면서 비대면 영업과 금리 경쟁력에 강한 인터넷은행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잡으면서 대출 영역을 넓힐 수 있어서다.


아파트나 주택 등 담보 기반의 대출은 개인 신용대출보다 연체 위험이나 손실 부담이 적다. 신용대출 대비 금리가 낮을 뿐 아니라, 부실이 났을 경우 저당을 잡아놓은 담보로 손실을 충당할 수 있어서다. 전체 대출사업에서 주담대 비중을 높이면 그만큼 연체와 그로 인한 손실 부담을 덜 수 있다.


중·저신용 대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대출의 질이 나빠진 인터넷은행들로서는 담보대출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9월 말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1.27%로 전년 동월 대비 1.04%포인트(p) 급등했다. 케이뱅크 역시 0.88%로 같은 기간 대비 0.12%p 상승했다. 카카오뱅크의 NPL비율도 0.41%로 0.12%p 올랐다. NPL비율은은 연체가 3개월 넘은 부실채권 비율을 뜻한다.


연체율로 보면 토스뱅크가 1.18%로 같은 기간 0.88%p 솟구쳤다. 케이뱅크는 0.90%로 0.27%p, 카카오뱅크는 0.34%로 0.19%p 올랐다.


주담대 비중을 높이면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에서도 유리해진다. BIS비율은 부실채권 등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력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뜻하는데, 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위험도가 낮게 평가돼 분모가 작아진다.


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점 효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주담대 갈아타기가 시작된 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일일 신청 한도가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자 시중은행은 최저 금리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상품 금리를 낮추기도 했다.


특히 올해부터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 대출 규제가 완화된 만큼 담보대출에 더 주력하면, 주담대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은 앞으로 3년간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평균잔액 30% 이상으로 공급하면 된다. 30~44%으로 각각이던 기준을 낮추고 일원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시장규모가 1000조원에 이르는 만큼 선점효과가 중요하다"며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과 인터넷은행 중저신용 대출 규제 완화로 인터넷은행들이 올해 더 공격적으로 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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