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쟁구도로 ‘카르텔 혁파’…실효성은 ‘물음표’ [LH 혁신안]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12.13 05:20  수정 2023.12.13 05:20

민간 단독 시행 공공주택 공급 유형 신설

각종 인센티브 부여한다지만, 건설사들 ‘시큰둥’

“수익성 낮고 리스크 여전…활성화는 글쎄”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을 통해 그간 LH가 사실상 독점해 온 공공주택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데일리안DB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을 통해 그간 LH가 사실상 독점해 온 공공주택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안정적인 일감 확보가 가능하단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민간사업 대비 통상 수익성이 낮은 공공사업에 발 벗고 나설 만큼의 유인책이 부족하단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인천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대책으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간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의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민간건설사 단독시행’ 유행을 신설해 LH는 토지만 제공하고 민간건설사가 공공주택을 직접 시행하는 방식이다.


민간건설사가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을 모두 도맡아 자사 브랜드를 달고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이 경우 공공주택에도 ‘래미안’이나 ‘힐스테이트’ 등 브랜드를 달 수 있다.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되면 주택도시기금 지원, 미분양 매입 확약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국토부는 분양가와 공급기준 등은 현재 공공주택과 동일한 기준으로 유지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단 목표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자기 사업을 하면 더 이익이 나겠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민간에서 땅을 들고도 사업을 할까 말까 한다”며 “이럴 때 정부가 파격적으로 공적 자금을 지원해주고, 택지도 낮은 가격에, 미분양 리스크도 일부 덜어준다면 충분한 유인책이 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어느 정도 수익성을 포기하면 안정적으로 수주 곳간을 채울 수 있겠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중대재해 관련 안전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등 현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가 매력적인 유인책이라고 보기 힘들단 전언이다.


어느 정도 수익성을 포기하면 안정적으로 수주 곳간을 채울 수 있겠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중대재해 관련 안전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등 현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가 매력적인 유인책이라고 보기 힘들단 전언이다.ⓒ국토부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할 수 있겠지만, 경기가 좋아지고 나서도 공공주택사업을 민간이 단독 시행하는 방식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민간에 공공사업을 개방했다는 것 외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할지 기준도 모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더 나와봐야 판단이 설 듯”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니까 그만큼 실적 부분에선 늘어날 수 있다고 보이지만, 공공은 아무래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고, 건설사는 공들여 만든 브랜드에 대한 제값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 모든 걸 충족하면서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더 나와봐야겠지만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대형사 대비 브랜드 파워가 밀리는 중견사에 호재일 수 있지만 고금리에 공사비가 오르고 안전관리도 강화돼 공기나 인건비, 기타 투입되는 비용 등 파생되는 문제가 많을 것”이라며 “LH는 토지만 제공하고 그 외 불거지는 문제는 건설사가 모두 부담하라고 하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가 현재 시장에 상존한 리스크를 모두 상쇄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에게 인센티브를 너무 크게 주면 특혜시비가 제기되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참여업체가 줄어들 것”이라며 “공공주택의 공공성은 고민이 필요하다.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는데, 싸고 규모가 작더라도 많은 물량을 공급할 것인지, 더 비싸고 큰 집을 조금 공급할 것인지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민간에 공공과 동일한 비용으로 고품질 주택을 지으라거나 동일한 품질의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렵다”며 “공공주택 공급구조 재편의 경우, 민간에 개방됐을 때 공공주택 분야 전체의 경쟁력 강화나 사회적 이익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