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차세대 리더 전진 배치해 '서든데스' 대비(종합)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12.07 15:15  수정 2023.12.08 09:25

60대 부회장단 2선 후퇴…대표이사 물러나 부회장‧고문으로 조력

수펙스 의장에 최창원…"'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 발전시킬 적임자"

SK(주) 장용호, SK이노 박상규, SK온 이석희 등 중책 맡아

최창원 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부터), 장용호 신임 SK(주) 대표이사, 박상규 신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SK

SK그룹이 급변하는 대외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경영환경의 엄중함을 경고한 최태원 회장이 내린 결론은 차세대 리더의 전진 배치였다.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의결된 2024년 임원인사에서 60대 부회장 4명은 사실상 2선으로 후퇴했다.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63) 의장은 SK㈜ 부회장으로 이동해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 새 인물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 취임에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뛰어난 전략적 판단 능력과 진중한 성격에 근면함까지 갖춰 미래 사업 구상과 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기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창원 의장 선임에 대해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의 의견이 모아져 신임 의장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그룹 지주회사인 SK㈜를 이끌던 장동현(60) 부회장도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고 부회장직만 유지한다. 동시에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도 맡는다.


SK㈜의 새로운 리더로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이 선택됐다. 이와 함께 SK㈜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그룹의 방만 투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모두 SK㈜로 이관한다. 협의회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기게 됐다. 중복됐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효율화하는 차원이다.


장용호 신임 CEO는 2015년 SK㈜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을 맡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과 2020년 SK실트론 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며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런 장 CEO의 이력을 감안할 때 그동안 여러 분야로 분산됐던 SK그룹의 투자 여력을 반도체 소재 등 유망 사업분야로 집중하는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에너지 계열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부회장직만 유지한 채 자문역을 맡는다.


후임으로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선임됐다.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 출신이지만, SK㈜ 투자회사관리실 임원, SK㈜ 리테일마케팅사업부장, SK네트웍스 호텔총괄 및 사장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를 이끌며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전력효율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스퀘어 부회장과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던 박정호(60) 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SK㈜와 SK하이닉스에서 부회장 직함만 남긴다. 박 부회장 퇴진으로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마지막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던 이석희(58) 사장의 경영 복귀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석희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계열사 SK온 대표이사를 이끌게 된다.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 대표 시절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로, 앞으로 SK온을 이끌며 배터리 사업 확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SK온 출범부터 회사를 이끌던 지동섭(60)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밖에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새 경영진에 기회…'준비된 인사'


SK그룹은 이번 인사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일시적 고과 평가가 아닌 그룹의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에 의한 ‘준비된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CEO를 맡게 된 김양택 SK머티리얼즈 사장과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오종훈 SK에너지 사장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 ELP(Executive Leader Program)를 수료했다.


그룹 관계자는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의 전체 임원 승진폭은 예년보다 축소됐다. 이번 2024년 인사에서 신규 선임된 임원은 총 82명으로, 지난해 145명, 2022년 165명, 2021년 107명 등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면서 “전체 신규 선임 임원 수는 그룹 경영전략인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강화를 위해 각 사별로 인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사 CEO들이 ‘젊은 피’로 교체된 것에 발맞춰 임원들도 한층 젊어졌다. 신규선임 평균 연령은 만 48.5세로, 지난해 만 49세보다 소폭 낮아졌다. 최연소 임원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올해 34세다.


여성임원 선임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번 인사에서는 전체 승진 규모가 예년보다 대폭 축소됐음에도 불구, 신규 여성 임원은 8명으로 지난해 10명에서 2명 줄었다.


전체 여성임원 수는 2021년 34명, 2022년 43명, 2023년 50명, 2024년 53명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임원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5.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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