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수온 상승률 세계 평균 2배 이상
오징어 어획량 전년동기대비 60%↓
당정, 긴급자금 대출·직불금 완화 등
긴급대책 마련…ODA 어장 개척 지원도
‘울릉도 오징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동해 수온 상승과 외국 어선들의 남획에 어획량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해양수산부가 여당과 머리를 모아 일부 대책을 내놓았는데, 장기적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오징어 위판량은 958t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20t과 비교하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누적 위판량도 2만3700t으로 지난해 3만5595t보다 33%가 줄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 가장 큰 원인은 수온 상승과 중국 어선들의 남획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2023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바다 연평균 표면 수온 상승률은 1.36℃에 달한다. 이는 세계 평균 상승률 0.5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동해안 온도 상승률은 국내 평균보다 더 높은 1.82℃를 기록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오징어 적정 서식 수온이 15~20℃지만 동해안 수온이 상승해 오징어 어군이 북상하고 있다”며 “산란을 위해 울릉도 등으로 남하하는 오징어 역시 북한 수역에서 무분별하게 잡혀 우리 어장이 황폐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징어가 줄면서 어민들은 직접 피해를 보고 있다. 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박사는 “오징어 위판 실적은 지난해 대비 최대 90%까지 감소했다”며 “포항수협은 이미 경매에 나온 어선이 있는 등 파산한 경영체가 나왔고, 강원도와 경북도 오징어어업 어선 출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선주뿐만 아니라 오징어잡이 배가 줄면서 선원들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수협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국내 선원은 건설업 등 다른 일자리로 옮겨가는 사례도 있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오징어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물가협회의 ‘11월 월간 생활물가 동향’에 따르면 국내산 생물 오징어(大)는 한 마리당 1만1950원에 거래됐다. 전월 8410원보다 42.1% 올랐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와 여당은 5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오징어잡이 어민들을 위해 어민당 3000만원의 긴급 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또 어업인 경영 지원을 위한 대출 상품인 수산 정책 자금을 올 12월부터 내년까지 무이자로 전환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당정은 일시·자율적 조업 중단 등으로 수산 자원 보호 의무를 준수한 어민에게 지급하는 ‘수상자원보호 직불금’ 지급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8일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오징어 1005t을 시장에 공급했다. 신규 수입 물량 비축도 검토 중이다.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어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내년부터 매년 40~50척 이상 감척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해외어장 개척과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정부는 신속하게 오징어 생산업계의 경영 여건 안정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내년 주 조업 시기 도래 전까지 긴급유동성 공급 및 금융 부담 경감을 지원하고, 중기적으로 감척과 해외어장 개척을 통해 업계가 지속해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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