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항문질환은 부모 탓이라고요

입력 2008.10.17 17:24  수정

<의학칼럼> 이희만(대전 세림외과 원장)

얼마 전 초등학생과 어머니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진료실을 찾은 적이 있다.

아침에 변을 보는데 항문에 피가 나와 무슨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대단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항을 살펴보니 변비로 인한 치열이었다.

평소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아이가 패스트푸드 음식을 자주 먹고 있어 적당한 운동과 식이섬유의 섭취를 권장했다.

치질은 항문 안쪽 혈관이 늘어나 항문을 덮고 있는 점막이 함께 늘어지면서 빠져나오는 치핵, 항문 안쪽에 생긴 구멍을 통해 항문 바깥쪽 옆으로 샛길이 뚫려있는 치루, 변을 볼 때 피가 나면서 아픈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등으로 나눠진다.

대장항문 전문 대항병원이 최근 4년간(2004~2007년)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매년 100명 이상의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이 항문 질환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치질 증상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전체 684명 중 치열이 63.3%(433명)로 가장 많았으며 치핵 18.6%(127명), 치루 18.1%(124명) 순으로 나타났다.

어른의 경우 항문질환 중 치핵(71.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치열이 19.8%로 나타나는 반면, 어린이 항문질환은 치열의 비율이 어른보다 3배나 높은 것이다.

어린이 치열은 대개 변비가 원인이다. 근육 때문에 항문이 좁아지고 변이 나올 때 항문이 어느 정도 이상 벌어지지 않아 항문이 찢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마치 고무줄처럼 탄력 있던 근육조직이 실처럼 탄력 없는 조직으로 섬유화 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시기의 변비는 거의가 까다로운 식성 등 식습관이 올바르지 못해 발생한다. 야채를 싫어하고, 식사 양이 적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며, 소화가 잘되는 것만 먹는 나쁜 습관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부족할 때도 변비가 생긴다. 이런 식습관 때문에 변이 딱딱해져서 항문에 상처를 내고 치열이 생기는데, 대개 급성치열이며 만성치열로 악화하는 일은 드물다.

소아 치열의 경우 우선 일상생활에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햄버거나 피자 등 인스턴트식품은 삼가야 한다. 화장실에서 책을 읽으며 오래 앉아있거나 배변 시 힘을 과도하게 주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미지근한 물로 좌욕을 해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항문의 가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개 피부염에 의한 것이 많다. 배변 후 따뜻한 물로 닦아주고 연고류를 사용하면 쉽게 치료된다.

만약 잠자리에서 가려움이 심하면 요충을 의심해야 하고 기생충 검사 후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구충제는 신경관 손상의 위험 때문에 만 24개월 이후부터 복용이 가능하며 예방차원에서 복용시킬 필요는 없다.

소아의 항문주위 농양이나 치루는 거의 대부분 생후 1년 이내의 남아에서 발생하는데, 성인의 치루가 항문의 앞 뒤쪽에 많이 생기는 것과 달리 소아의 경우는 양측방에 많이 생기고 단순치루가 대부분이다.

유아에 생긴 항문의 농양은 즉시 배농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치루의 경우는 항문 괄약근이 성숙되는 돌 이후로 수술을 미루는데 그 이유는 농양이 반복적으로 생길 가능성이 있고 또 단순 배농술 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열 손가락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한다.
애지중지 기른 자식이 탈이 나면 부모는 당연히 속이 쓰리고 아리다.

어린이 항문질환은 부모의 애뜻한 보살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조절만 해도 아이와 진료실을 찾아 안쓰러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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