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수료식
iOS앱 개발자 198명 육성·앱 38종 배출
다양성·자율성 강조···"애플 덕에 시야 넓어져"
현대자동차·네이버·쏘카 등 대기업 참여 눈길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쇼케이스장 전경.ⓒ데일리안 남궁경 기자
"애플이 포항에 와서 새로운 품종을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포항 사과 또는 포스텍 사과로서의 여러분들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가지게 될 것"-(김성근 포스텍 총장)
"본인이 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해 놀랍다. 아카데미를 통해 산업군 에코 시스템 확장에 기대가 된다."-(류석문 쏘카 최고기술책임자)
애플이 세계 최고 개발자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수료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4일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POSTECH)에서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수료식에선 198명의 개발자와 38개 앱이 전시됐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지난 2013년 브라질에서 최초로 출범한 애플 iOS 인재 양성소다. 코딩 기초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마케팅 등 다양한 전문 분야 교육을 통해 애플 '자체 OS' 전문가를 키워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6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1500개 이상의 앱이 나왔다.
국내에선 지난해 포스텍과 협업해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 1기에서 총 190여명의 개발자와 7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배출했고, 올해 2기에선 198명의 개발자와 38개 앱을 만들었다. 앱 종류 또한 iOS(아이폰 운영체제), 맥 OS(컴퓨터 운영체제), 워치 OS(스마트시계 운영체제), 아이패드 OS(아이패드 운영체제) 등 다양하게 제작됐다.
올해 2기생은 애플 연례 행사인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2023(WWDC23)의 일환으로 진행된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Swift Student Challenge)에서 46명의 우승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대 누적 우승자 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외 새싹톤(SeSACTHON·해커톤 대회)에선 2기생들이 1·2·3위를, SK텔레콤과 오픈AI가 함께한 글로벌 인공지능(AI) 해커톤 프롬프터 데이에선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플 아카데미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꼽힌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경쟁사들의 개발자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달리 '자율성'을 강조한다. 애플 담당자들은 앱 개발 관련 가이던스만 제공할 뿐 모든 문제 해결이나 앱 기획 등은 모두 러너들에 맡기는 구조다. 이렇게 제작된 앱들의 지적재산권(IP)역시 러너들의 소유다.
러너들의 다양성은 이 과정에서 빛을 본다. 자신이 실제 겪은 문제를 앱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2기 러너들에는 초등학교 선생님, 헬스케어, 예술, 아티스트, 토목공학, 장난감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 출신들이 소속돼 있다. 성별·연령·출신 등도 다양하다. 2기 학생 195명 중 45%가 여학생이며, 26세 이상 러너기 42%에 달한다.
러너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iOS개발을 맡은 김정현 러너는 "이곳에서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더 발전했다고 느낀다"며 "게임 디자이너와 PM들과 협업을 통해, 이들의 입장에서 어플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PM으로 참여한 김혜린 러너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앱을 개발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고 실무적인 경험을 진짜 많이 배웠다"면서 "앱을 출시해 사용자들을 만나는 경험을 도달하면서 아카데미 지원 이전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됐다"고 했다.
수전 프레스콧 애플 월드와이드 디벨로퍼 릴레이션 부사장은 "애플은 교육이 가진 힘으로 새로운 기회로 통하는 길을 열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늘 믿고 있다"며 "올해 수료생들이 벌써 혁신을 이끌어 나가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상을 발견해 매우 놀랍다"라고 말했다.
포스텍-애플디벨로퍼아카데미가 위치한 포스텍C5.ⓒ데일리안 남궁경 기자
QR로 찍으면 막걸리 맛이 '주루룩'…대기업도 관심
이강덕 포항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김성근 포스텍 총장 등이 쇼케이스장을 둘러보면서 앱 소개를 듣고 있다.ⓒ데일리안 남궁경 기자
이날 수료식에는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앱 35종이 소개됐다. 이른바 MBTI 'P'를 '파워 J'로 만들어주는 캘린더 앱 '이지칼(EazyCal)'부터 국내 300여개 막걸리 맛 정보를 QR로 확인할 수 있는 '주룩', 본인의 KBO 응원팀 숏폼 영상만 볼 수 있는 '휘슬(Whistle)', 예비 부부의 결혼관을 알아갈 수 있는 '메리'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애플 생태계 제품 앱으로 구현했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앱들은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됐거나 곧 출품을 앞두고 있다.
수료식에는 현대자동차, 쏘카, 유한킴벌리, 삼성융합의과학원, 네이버 등을 비롯한 국내 굵직한 IT기업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각 사 관계자들은 부스를 돌며 앱 소개를 받았다.
이날 쇼케이스를 둘러본 류석문 쏘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개발 디자인 기획 균형 잡힌 교육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밸런스가 잡힌 시스템이 놀라웠다"며 "본인이 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해 놀라웠고 자기 주도학습이 효과가 있을까 했는데 그 효과가 놀라웠다. 아카데미를 통해 산업군 에코시스템 확장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평소 토이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앱·아이디어에 관심이 많다는 양소연 현대자동차 CCS 서버 개발팀 연구원은 "현대자동차 백엔드 쪽에서 근무하며 애플 생태계의 다양한 기술들을 접하기는 어려웠는데, 이 자리를 통해 애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며 "아이디어도 흥미로운 것이 많고 완성도가 높은 앱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라고 했다.
네이버 CIC 관계자는 "우리 조직(CIC)은 iOS 개발에 진심이고 애플 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수료식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러너(수료생) 198명을 비롯해 이강덕 포항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김성근 포스텍 총장, 로웬 애플 아카데미 전세계 기술총괄, 안희갑 디벨로퍼 아카데미 및 제조 R&D지원센터장 겸임(포스텍 기획처장), 최혁준 경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 등이 참여했다.
한편 애플은 오는 2024년부터 포스텍을 비롯한 전 세계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위한 '애플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은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별개로 진행되며, 수강생들은 4주 동안 스위프트 언어를 기반으로 앱 개발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수강생들은 챌린지 기반 학습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거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한다. 이를 통해 협업 능력, 창의력, 개념적 및 전략적 사고력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은 고등학생, 시니어, 이공계 출신 여성 등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전액 장학 제도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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