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도 아닌데 보험사까지 '억지 상생' [기자수첩-금융증권]

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입력 2023.12.05 07:00  수정 2023.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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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어 보험도 CEO 간담회

논리 부실하니 방안도 마땅찮아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저축보험 들 돈이 어딨어."


업계 최초로 상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한화생명 디딤돌저축보험. 청년 고객이 5년간 월 75만원을 저축하면 약 500만원을 얹어 돌려주는 상품이지만 주변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에 쓸 돈도 없는데, 1년도 아니고 무려 5년을 묶어놔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것이다.


설계사들도 상생 상품에는 애써 모른척 흐린 눈을 뜨고 있다. 고객들에게 돌려 줘야 하는 금액을 최대한으로 맞추기 위해 사업비가 최저로 설정돼서다. 고생해서 팔아봤자 손에 쥘 수 있는 수수료가 없다는 뜻이다.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쩐지 비슷한 상품을 순순히 내놓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청년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연금보험을 판매하기로 했다. 연금개시 시점에 기본 적립액 최대 30%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교보생명도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5년간 연 5%의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5년납 10년만기 저축보험상품을 내놨다.


이처럼 가입자도, 파는 사람도 관심 없는 보험이 세상에 나온 것은 당국의 상생금융 요구 때문이다.


시작은 은행이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을 비롯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고금리 상황 속 고통 받는 서민층을 대변해, 은행권에 강력한 비판을 내놓았다. 은행이 최근 예기치 못한 고금리 상황 속 막대한 이자를 통해 초과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부랴부랴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불똥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보험업계에 튀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3분기까지 1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올해 도입되면서 나타난 착시효과로, 보험사 매출인 수입보험료는 오히려 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열린 2024년 전망세미나에서 보험업계의 내년 시장 상황과 관련해 "내년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험산업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사들의 경우 서민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 이익도 크지 않다.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52조9577억원으로, 은행권의 10%도 되지 않는다. 약관대출이라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은 1~2%대 수준의 가산금리만 고객이 부담하는 만큼 이자 장사 논란과 엮기엔 무리가 있다.


심지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최근 보험료 인하가 논의되는 자동차·(1세대)실손보험은 최근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상품으로 초과이익과도 거리가 멀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 10월까지 대형4사 평균 78.6%의 손해율을 유지하며 흑자를 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20년 넘게 적자를 봤다.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올해 상반기 121.5%로, 여전히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복현 금감원장이 원하는 상생금융 효과도 보험사에선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이 원장은 은행권에게 "3년 후 금송아지가 아닌 당장의 물 한모금이 필요한 것"이라며 즉효를 내는 상생상품을 내놓으라 타박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장기상품이 대부분인 보험업 특성상 그러한 상품을 마련할 수 없다.


금융당국에게 보험권 상생금융 동참에 대한 마땅한 논리가 없으니, 적당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오는 6일 열리는 금융당국-보험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앞서 논리를 차근 차근 구축하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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