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저축은행 의심스런 거액 대출…계속되는 잡음 왜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3.12.05 06:00  수정 2023.12.05 09:56

금감원 제재 1년 지났지만

또 다른 의혹 제기 이어져

고금리에 쌓이는 부실채권

경영 여건 악화 우려 심화

저축은행 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지역 기반 중견 저축은행인 삼호저축은행에서 불거졌던 의심스런 거액 대출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을 발견하고 제재를 결정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결과적으로 직원 한 명만 자리를 뜨고 임원진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꼬리 자르기식 처벌에 그치면서다.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징계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가뜩이나 부실채권의 파이가 큰 삼호저축은행의 현실까지 겹쳐지면서 당분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호저축은행이 실행한 거액 대출의 근거를 두고 의구심을 담은 진정서가 지난 5월 금융감독원에 접수됐다. 진정인에 따르면 삼호저축은행은 최근 5개의 기업에 총 62억원의 대출을 4.5~12.5% 이자로 내줬다. 이중 B회사는 기업회생을 신청할만큼 신용도가 낮았다는 주장이다.


진정인는 특히 C회사가 받아간 100억원에 이르는 대출이 삼호저축은행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회사는 기존 대출 91억원에 이어 7억원의 대출을 추가로 받았는데, 이같은 거액의 대부분이 4%대 금리로 취급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삼호저축은행이 C회사의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만기 연장해주면서 벌어진 일이란 주장이다.


담보 없이 개인에게 10억원에 달하는 대출이 나간 점도 문제 삼았다. 이는 통상적으로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이뤄지는 개인 신용대출 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준이란 주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자산이 3000억원대인 소형 저축은행이 한 회사에 100억원에 육박하는 대출을 취급하고, 개인에게 10억원의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법상 개인 신용대출 한도는 8억원, 사업자는 5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해당 진정은 첫 신고가 이뤄진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중에 있으며 필요 시 현장조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호저축은행의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삼호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대출채권관련손실액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배 가까이 늘었다.


대출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올해 3분기 말 삼호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은 9.8%로 79개 전체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인 6.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유동성도 빠르게 악화됐다. 삼호저축은행의 유동성비율은 113.9%로 1년 전보다 93.9%포인트 급락했다. 그러면서 전체 저축은행 평균인 139.3%를 밑돌게 됐다.


유동성비율은 쉽게 말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단기채무 상환에 대해 보유한 자산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저축은행들은 감독규정에 따라 100% 이상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100% 이상일수록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리스크가 쌓이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삼호저축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0억원 줄었다. 자산은 3201억원으로 1년 전 보다 230억원이 감소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데일리안

삼호저축은행의 내부통제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호저축은행은 지난해에도 금감원으로부터 의심거래 미보고 준수, 임직원 배임‧횡령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삼호저축은행 대주주 일가 소유 4개 건설관련 법인 6개 계좌와 대주주의 지인소유 법인과 대주주 일가 및 지인 등 22개 계좌에서 2016년부터 2021년 중 자금세탁 행위로 볼 합당한 근거가 있는 거래 61건 136억9100만원을 적발했다.


다만, 이 사건으로 면직된 건 직원 1명뿐이었다. 당시 대표이사는 문책경고를 받는데 그쳤다.


삼호저축은행의 현재 운영상태는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호저축은행은 2009년 예금보험공사가 가교저축은행으로 설립한 예쓰저축은행을 삼호산업이 2014년도에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부실 저축은행이었다. 당시에도 대주주와 대표의 부당한 대출 지시와 강압 등에 따른 심사 절차 무력화가 부실의 원인이었다.


진정인은 "금감원 제재로 물러난 전 대표가 여전히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해당 차주들이 수십억원의 신용대출을 취급할 수 있을 정도의 신용도를 갖추고 있었는지, 여신심사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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