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기업대출 1년 새 60조↑
금융당국 "외연 확대 경쟁 자제"
왼쪽부터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사옥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은행권이 기업 대출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은 기업 부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기업들은 고금리 기조에 회사채 대신 대출로 조달을 변경하면서 서로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다만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조원 넘게 늘었다. 반면 가계대출은 680조8120억원으로 같은 기간 15조원 이상 줄었다.
이같은 흐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과 부동산 호황을 맞아 자산 성장을 주도해 온 가계대출이 고금리 벽에 막혀 감소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여기에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대응해 금융당국이 규제 칼날을 들이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채권 시장이 불안해지며 은행 문턱을 두드리는 기업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도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 영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우리은행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하며 기업 대출 경쟁력 강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주채무계열 11곳을 기반으로 오는 2027년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은행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7월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 대출 금리는 연 5.49~6.57%로, 6개월 전 대비 금리 상단이 0.46%포인트(p), 하단이 0.24%p 하락했다.
다만 출혈 경쟁에 은행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대출은 경기 악화에 따른 매출 부진, 담보 하락 등 불안 요인으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리스크가 가계보다 크다는 염려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2조76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2% 늘었다. 부실률은 아직 0.3%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시행돼 온 만기연장·상환 유예조치의 착시 효과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이 부실 채권을 손실 처리한 규모도 2조21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연간 규모인 2조2713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에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20일 5대 은행의 부행장들을 만나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경쟁적으로 자산을 확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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