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거래일 연속 800원대 그쳐
4대 은행 잔액 1조 엔 '눈앞'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원·엔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엔화 약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국내 은행에서는 지금 엔화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가운데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와 여행을 위한 환전 수요까지 겹치면서 엔화예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 따르면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17원에 거래됐다.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0.59원 올랐다. 엔화 가치는 지난 14일 900원을 하회하더니 4거래일 연속 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4.1원을 기록, 지난 8월 1일 기록한 연저점(895.18원)을 뚫고 내려갔다. 이날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7엔대로 고공행진하는 와중에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긴축 기조로 고금리 정책을 펼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리며 완화 정책을 펼친 영향이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가 벌어지면서 꾸준히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은행에서는 엔화예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과 더불어 엔저현상에 일본여행을 떠나려는 환전 수요까지 겹친 덕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9914억 엔으로 지난해 말보다 41.2%(2892억 엔) 증가했다.
엔화 약세와 함께 엔화예금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향후 몇 달간 엔화가 큰 강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주식에 대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다"고 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일본 엔화에 대한 전망 변화가 이번 조정의 주요 배경이라며 "향후 3년 동안 일본 통화가 절상(화폐 가치 상승)될 거란 이전 전망과 달리 (앞으로 3년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5엔대에 거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은 오는 21~22일 열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을 일부 수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본 외환당국의 거듭된 구두개입에도 엔저 현상의 반전은 힘겨운 모습이다. 우에다 총리는 지난 9일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는 확신이 들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도 있다"고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일본 재무당국은 20일에도 "과도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미 당국과 공유하고 있다"며 다시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47.83엔으로 오르며 엔화 가치가 전일보다 추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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