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금 조달 '기지개'…예·적금 인기에 '숨통'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9.20 06:00  수정 2023.09.20 06:00

5대銀 NSFR 일제히 상승

석 달 새 수신 42조 급증

금리 정점 타이밍 '관건'

5대 은행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형 은행들의 자금 조달 안정성이 일제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금리에 힘입어 예금과 적금에 자금이 대거 몰리는 머니무브에 은행들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이자율을 감내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금리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자금 조달을 둘러싼 은행권의 고민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12.0%로 전분기 말보다 2.1%포인트(p) 높아졌다.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그 만큼 축소됐다는 의미다. NSFR은 은행으로 하여금 영업에 필요한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하도록 유도해 자금 조달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제도다. 안정자금 가용 금액을 안정자금 조달 필요 금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NSFR이 115.1%로 같은 기간 대비 1.1%p 오르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113.2%로, 우리은행은 111.2%로 각각 3.0%p와 2.1%p씩 해당 수치가 상승했다. 하나은행도 110.2%로, 농협은행은 110.1%로 각각 2.1%p씩 NSFR이 높아졌다.


5대 은행 순안정자금조달비율.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권의 자금 조달 상황이 나아진 배경에는 예·적금이 자리하고 있다. 예금과 적금에 돈이 몰리면서 안정적인 자금을 대거 확보한 모양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원화 수신 잔액은 총 1913조3578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41조8208억원이나 늘었다.


은행 예·적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원동력은 높아진 이자율이다.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서 예금과 적금의 이자율도 함께 높아지자,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시중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수신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로서는 그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제1금융권 은행들 사이에서도 4%대의 예금 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 흐름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평이다. 무턱대고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엔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란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올해 말까지는 이어지다가, 내년에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함께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 수신 상품을 둘러싼 머니무브 수요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예·적금을 대체할 자금 조달처를 미리부터 찾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흐름과 마찬가지로 은행권 수신 규모도 지금이 정점일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말과 같은 자금 조달 리스크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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