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캐스팅은 따라해도... 현대차가 가질 수 없는 테슬라의 무기 [기자수첩-산업IT]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9.18 14:16  수정 2023.09.18 14:21

한숨 돌린 현대차… 올해 임단협 고비 겨우 넘겨

하이퍼캐스팅·초고속 충전 등 테슬라 따라잡기 사활

매년 여름 발목 잡는 노조 리스크, 돌파구 있나

현대자동차 노조 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테슬라에는 노조가 없어요."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에게 현대차와 테슬라의 5년 후, 10년 후 전망을 묻자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신차 경쟁력이나 판매전략, 기술력에 대한 대답을 기대했건만 애석하게도 이 모든 것들을 누를 수 있는 한 가지는 다름 아닌 '노조'였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만 해도 손가락질 당하던 현대자동차는 지금은 독일, 미국 등 역사깊은 자동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모든 기업이 처음인 전기차 시장에도 발 빠르게 진출하면서 품질력으로 호평을 받는 기업이 됐다.


덕분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가로막힌 상황에서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토종 브랜드를 위협하며 각종 어워즈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는 한국에서 가장 평가절하된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차의 행보에 테슬라가 겹쳐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테슬라의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 슈퍼차저와 경쟁하기 위해 이핏(E-Pit)을 설치한 데 이어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하이퍼 캐스팅' 차체 제조 공법은 테슬라의 기가 캐스팅을 떠올리게 한다.


제조 방법부터 충전소까지, 테슬라의 영향력과 경쟁력을 인정하고 이를 따라잡기 위한 고군분투다. 내연기관차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태생이 전기차인 테슬라에 닿기 위해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 앞으로 얼마나 필요할 지도 미지수다.


최대 실적을 매 분기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은 언제 뒤쳐질 지 모르는 가장 불안한 시기인 셈이다. 벌어들인 만큼 투자해도 모자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와 현대차의 미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노조가 불쑥 튀어나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R&D 인력 확충과 신규 투자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랄 시기에 번 만큼 보상하지 않으면 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노조의 생떼가 매년 여름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지급, 2025년까지 800명 신규 채용,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주식 15주, 여름휴가비 50만원, 복지포인트 50만점 인상, 출산 경조금 100만원 인상.


현대차는 결국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대가로 역대급 요구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조차도 노조 내부에 불만이 많다는 목소리가 있어 최종 타결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현대차엔 언제나 매년 여름 노조와의 협상이 걸려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내연기관차만큼의 인력이 불필요해지면서 고용 불안에 빠진 노조가 매년 더욱 강하게 요구안을 밀어붙일 것이란 점은 너무도 뻔한 그림이다.


역대급 실적을 만든 장본인이라 역대급 보상을 받아야한다는 논리를 노조는 반대의 상황에서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전기차 관련 투자와 생산 시설 확충 시기가 늦어지고, 향후 현대차의 시장 경쟁력 악화와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노조는 그로 인한 손실 부담을 나눠 안을 수 있을까.


미래에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한다면, 그걸 두고 노조가 현대차는 왜 테슬라만큼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냐고 탓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테슬라에는 노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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