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안방 나온 中’과 EU‧아세안 전기차 시장 쟁탈전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3.09.07 06:00  수정 2023.09.07 06:00

中,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서도 성장세

EU, 현대차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

경제력 약한 아세안시장서 저가형 전기차 위협적

아이오닉6. ⓒ현대차

‘안방의 호랑이’였던 중국 자동차 업체가 ‘우리’를 넘어 영역을 넓히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선전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 중국 업체들도 올해 적극 공략에 나서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를 원년으로 앞으로 현대차그룹과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시장 쟁탈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모델들은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비율은 2018년 4.2%에서 지난해 35%로 확대됐다.


중국 다음으로 전기차 시장의 요충지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서의 약진에 주목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총 자동차 중 친환경차가 46.5%에 달한다.


BYD, 니오, MG 로버 등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 유럽을 주요 수출국으로 설정하고 적극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유럽 수출 물량이 대부분 테슬라, 볼보 등 중국공장 물량이었던 구도도 깨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산 신에너지차의 유럽향 수출 40%는 BYD 등 중국 브랜드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의 8.2%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차지했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럽 최대 모터쇼 독일 IAA 모빌리티 오픈스페이스의 비야디 전시장. ⓒ뮌헨=연합뉴스

유럽은 전통적으로 현대차·기아가 공을 들여온 시장이다. 현대차·기아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적극 공략해왔다. 그 결과 양사의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유럽이 절반에 가깝게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이 됐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2014년 단 662대에 불과했지만 7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유럽에서 전년 대비 33.1% 늘었으며, 올해 1~7월 누적 유럽 전기차 판매량도 67만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3.6%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현대차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달 10~20일(현지시간)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의 현대차 부스에 다양한 현지 판매 차량이 전시되고 있다.ⓒ현대자동차

현대차가 글로벌 영역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시장에서도 중국이 껄끄러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 5 출시 1년 만에 전기차 1위 업체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는 아세안 내 자사 첫 번째 완성차 생산 거점인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 국내 소비 불안 상황에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시아로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어 아세안 시장에서도 격돌하게 될 여지가 크다.


동남아시아는 인구가 6억4000만명으로 중국, 인도 다음으로 큰 시장인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형 전기차를 보급한다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은 저가 전기차로 현대차·기아와 포지셔닝은 다르다.하지만 현재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가격 경쟁에 이어 앞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 물량이 수출 물량으로 전환되기까지 하면 가성비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중국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유럽 업체보다 먼저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 중국이 유럽 시장에 적극 투자하게 된다면 상당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테슬라의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자국 외로 처음 향한 곳은 유럽 시장인데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성과를 낼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독일 등 월드 클래스의 브랜드들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협업을 늘려가고 있어 이미지도 제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북미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를 원년으로 이제부터 중국 외 시장에서 더 약진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봤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전기차를 수출하기 시작하기 전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현대차가 제법 좋은 포지셔닝을 갖고 시장점유율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기술적 허들이 높지 않아 중국이 한국 전기차 시장을 잠식할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제조사가 얼마큼 수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지금보다 더 시장 점유율을 지속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현대차·기아가)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테슬라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국이 뺏어간다면 우리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봤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유럽 시장에서 저가 이미지를 벗고 상품성을 인정받아 위상이 높아진 만큼 중국 업체들이 간격을 좁히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교수는 “현대차와 비슷한 길을 걷겠지만 중국이 그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한다”며 “성장할수록 우리나라 업체들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중국 업체들이 한국처럼 가성비 좋은 차도 아니라 처음 시작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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