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문턱 낮춘 당국...증권사 책임 부담 가중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3.08.04 06:00  수정 2023.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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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2차전지·바이오 등 혁신기업 육성 위해 상장요건 완화

기업부실땐 주관사 패널티...“투자자도 상장목적 지켜봐야”

ⓒ픽사베이

금융당국이 기술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면서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성장성이 큰 혁신 기업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시장 건전성 우려가 주관사 책임 문제로 돌아가고 있어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최근 기술 특례 상장 제도 개선을 위해 ‘초격차 기술 특례’를 신설한 가운데 주관사 책임 범위를 둘러싼 업계 내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상장 이후 문제가 불거지면 주관사에 책임을 물으려는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례 상장 제도는 실적은 저조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혁신 기업의 코스닥 입성을 돕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특례 상장을 위해서는 복수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대해선 단수평가(기술평가 1회)를 허용하는데 첨단·전략 기술 분야 기업으로까지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초격차 기술 특례 대상은 중견기업이 최대 출자자여도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실 기업이 쉽게 상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관사의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당국은 특례 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 관리 및 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될 경우, 주관 증권사에 향후 특례 상장 시 6개월의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과하기로 했다. 환매청구권이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넘지 못할 때 해당 주식을 주관 증권사가 매입해 주는 제도다.


당국은 인수 주식 보호예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등 주관사 책임을 확대했다. 주관사별 기술특례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도 한국거래소에서 공시할 예정으로 증권사들의 관련 역량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벤처캐피탈(VC) 업계는 혁신 기업의 증시 입성이 이전보다 용이해진 만큼 이번 제도 개선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벤처기업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4개 기관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민간에서 건의한 내용이 대폭 포함돼 스타트업의 성장은 물론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국이 주관사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주관사의 부담감만 높아지고 정작 상장 주관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IPO의 모든 단계에서 주관사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증권사들이 책임을 지고 가라는 분위기가 강해질 경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안정적인 기업만 유치하면서 오히려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금 당장의 실적은 부진하더라도 미래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장이 열리는 만큼 확실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기술 특례 상장 제도 개선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새로운 출구 전략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투자자들의 경우 기술 특례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의 기술력과 향후 성장성, 상장 목적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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