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만이 살길...행보 빨라지는 증권사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3.07.05 08:00  수정 2023.07.05 09:56

빠른 기술 진화에 플랫폼·서비스 강화 속도

타 업권과 협업도…경쟁 심화 속 생존 모색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증권사들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기술에 발 맞추기 위해 플랫폼과 서비스에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업권간 경계도 점점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이 경쟁력이자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 들어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 기술로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AI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AI 기술을 기반으로 불완전판매 예방과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도모하는 ‘AI금융상담시스템’ 서비스를 선보였다. AI금융상담시스템을 통해 금융 상품 판매시 고객들에게 필수적으로 고지해야 하는 상품의 수익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 등 필수 사항 안내를 자동화한 것이다.


또 오는 8월 말부터는 고객과의 상담 내역을 STT(Speech-To-Text·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문자로 저장하고 TA(Text Analytics·텍스트 분석) 기술로 불완전판매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AI 버추얼 휴먼 애널리스트 ‘한지아’의 신규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지아는 현재 시장 분석 보고서를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데 회사는 향후 TTS(Text-To-Speech·음성합성) 정교화와 함께 투자 기초교육 콘텐츠 등에도 한지아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생성형 AI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 AI 마케팅솔루션 기업 오브젠과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 네이버 클라우드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증권사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권간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호 경쟁과 함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토스뱅크와 손잡고 토스 앱 내 '토스뱅크 디지털 브랜치'를 오픈했다.토스뱅크에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토스뱅크 목돈 굴리기 탭에서 간단한 고객정보를 입력하면 미래에셋증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증권사의 투자전문성을 활용해 은행 고객들에게 투자 경험을 쌓게 하면서 고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한편 양사간 협업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케이뱅크와 비대면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 제휴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제휴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국내 인터넷은행 3사와 모두 사업 제휴를 맺게 됐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는 채용과 교육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디지털·정보기술(IT)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IT 직군을 두 자릿수나 채용했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IT 직군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금융 디지털 부문에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프로 디지털 아카데미’ 교육생을 모집, 이달 중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픽사베이

증권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들은 올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사회의 변화에 맞춘 디지털 역량이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할 요소가 될 것이라며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는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로 향후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앞으로 디지털과 플랫폼 역량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성현·박정림 KB증권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은 업종간 경계를 허물고 새롭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들의 등장은 기존 비즈 모델을 변화하게 하고 경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디지털부문을 중심으로 회사의 디지털 전략에 대한 방향과 거버넌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 개발을 더욱 강화해 혁신과 성장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도 지난 3월 취임 당시 “신설한 DT(Digital Transformation)부문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비대면 거래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고객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내 업무 환경 개선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 시장의 변화가 점점 커지고 있어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플랫폼과 서비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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